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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살고 싶어서’ 싸우는 학교급식 조리사들…여고생 “부끄러운 건 파업 아닌, 우리의 냉소와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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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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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41493?sid=102

한겨레

최예린 기자

 

전국적인 학교 조리(실무)사 결원 사태 속에 결국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저녁 급식이 중단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리사들의 인력 충원 요구를 교육청이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리사들이 업무 강도라도 낮추려 제시한 ‘냉면그릇 사용 횟수 제한’, ‘뼈(족발·사골) 삶는 조리법 제한’, ‘전·구이·튀김 등 기름 사용하는 음식 횟수 제한’ 등을 놓고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해당 학교의 한 학생이 “조리사들은 기계가 아니고, 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반응”이라는 글을 써 붙여 화제다.

대전둔산여고는 지난 2일부터 저녁 급식 제공을 중단하고 있다. 그동안 이 학교의 조리사들도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 과중을 호소해왔는데, 지난달 학교 쪽이 국물 음식을 별도의 국그릇에 담아 제공하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결국 지난달 31일 조리원들의 파업으로 점심 급식이 제공되지 않자 학교는 지난 2일 “학부모 부담으로 운영되던 저녁이 학교 사정에 따라 제공되기 어려워져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중단하게 됐다”고 알렸다.

이후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쟁의 행위를 철회하라”며 조리사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둔산여고 학생회도 지난 10일 교내에 “조리사들의 처우개선 등 권리 찾기를 위한 준법투쟁에는 반대 않지만, 투쟁 제시 조건에 따라 학생들의 급식 질 저하, 석식 운영 중단 등 건강하고 안정적인 급식 제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리사들의 처우 개선은 교육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학교 급식을 담보로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을 붙였다.

그러면서 학생회는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 행위 발생 시 집단 급식 거부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리사들의 쟁의 행위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소수이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3일 둔산여고의 한 학생은 교내에 성명을 붙여 “급식 중단과 교사 배식대 철거, 반찬 수 제한 같은 변화는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거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안에서 퍼지고 있는 반응은 단순한 불편함의 표현을 넘어서, 감정적이고 편향적인 비난으로 흐르고 있다. 저는 이 분위기가 오히려 쟁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급식 노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고, 뜨거운 불과 기름을 다루고,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몸은 금세 지친다. 특히 튀김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 증기는 폐암의 위험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힘듦을 우리가 온전히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학생은 “조리원 선생님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같이 학생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조용히 감내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껏 누려왔던 ‘정상적인 급식’이 과연 정상적인 노동 환경에서 나온 결과였을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불편은 누군가의 과로와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었을지 모른다”며 “이번 쟁의는 단지 ‘급식을 중단하거나 위생을 신경 쓰지 않겠다, 급식의 질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다.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절박한 요청이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기계가 아니다. 힘들면 쉴 권리가 있고, 아프지 않은 권리가 있으며,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경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상황을 겪으며 저는 ‘다수’의 시선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귀 기울이기보다는, 비난하고 조롱하며 입을 막는 분위기가 더 두려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소수라도 말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침묵은 곧 동조이기 때문”이라며 “부끄러운 건 이틀간의 파업과 진행 중인 쟁의가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보인 냉소와 조롱”이라고 했다.

 

(후략)

 

 

 

첨부 > 둔산여고 학생의 성명 전문

 

<대전 둔산여고 한 학생의 성명 전문>

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반응이다.

- 조리원 파업에 대한 한 학생의 생각

먼저, 매일같이 학교 급식을 위해 애써주시는 조리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최근 조리원 선생님들께서 노동 권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서신 상황을 접하며, 학교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들(특히 일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불만과 비난)을 보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물론, 급식 중단과 교사 배식대 철거, 반찬 수 제한 같은 변화는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거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안에서 퍼지고 있는 반응은 단순한 불편함의 표현을 넘어서, 감정적이고 편향적인 비난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분위기가 오히려 쟁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노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급식 노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고, 뜨거운 불과 기름을 다루고,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몸은 금세 지칩니다. 특히 튀김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 증기는 폐암의 위험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힘듦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외면하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조리원 선생님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같이 학생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조용히 감내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껏 누려왔던 ‘정상적인 급식’이 과연 정상적인 노동 환경에서 나온 결과였을까요?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불편은 누군가의 과로와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이번 쟁의는. 단지 급식을 중단하거나 위생을 신경 쓰지 않겠다. 급식의 질을 줄이겠다는 게 아닙니다.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라는 절박한 요청입니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힘들면 쉴 권리가 있고,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경청입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발표한 안내문은 학교 입장 중심으로 쓰였고, 조리원 선생님들의 사정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생회 또한 다수 학생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조리원 선생님들의 요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입장을 전파하고 서명을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학생들을 선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학생회는 단순히 다수의 여론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신중히 살피고 균형 잡힌 시작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표 기구입니다.

지금 학생회가 ‘다수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다수의 분위기 속에서 소수의 의견은 말할 수조자 없는 분위기였다고 느꼈습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침묵이 부끄러워 지금 이렇게라도 용기를 내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학생회가 진정으로 학생 모두를 대표하려 한다면, 어떤 분위기 속에서도 소수의 의견이 표현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학생회의 성명이 나오기 전에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수가 주류인 것처럼 보이고, 소수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익명으로라도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상황을 겪으며 저는 ‘다수’의 시선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귀 기울이기보다는, 비난하고 조롱하며 입을 막는 분위기가 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소수라도 말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침묵은 곧 동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한 학생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노동자가 될 사람으로서 씁니다. 지금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지 조리원 선생님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조리원 선생님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급식이 결국엔 우리에게도 가장 좋은 급식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부끄러운 건, 이틀간의 파업과 진행 중인 쟁의가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보인 냉소와 조롱입니다. 이 글과 소수의 의견이 억압되거나 묻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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