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은 비스트라는 이름의 주체이면서 주인이 되지 못했다. 이들을 따르는 팬들은 한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었다. 모든 산업은 복잡하고, 그중 사람이 상품이 되는 K팝은 그 결이 더 복잡하다. 마음으로는 그 이름의 주체를 멤버들의 것이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데뷔 전부터 퍼붓는 기획, 브랜딩, 트레이닝, 마케팅, 자본 투자 등 인적·물적 자원의 총체가 모두 회사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상표권을 비롯한 권리 역시 기획사에 귀속된다.
그리고 지난 16일, 팬들과 멤버 모두에게 특별한 선언이 이뤄졌다.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원만한 상표권 합의를 통해 네 사람이 비스트라는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9년 만의 귀환. 돌아온 그 이름의 첫 문장은 지난 16일 발표한 '없는 엔딩'이라는 신곡으로 시작됐다.
이들의 특별하고도 유의미한 행보는 단절이 아닌 확장의 의미로 다가온다. 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의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는 아이즈(IZE)에 "네 멤버의 그룹 활동명은 그대로 하이라이트이지만, 로고 사용이나 상표권 사용뿐 아니라 이렇게 음원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비스트로서의 정체성, 비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함께 보여드리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 멤버를 팀으로 지켜온 이름이기에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이들의 공식 활동명이자 음악 활동의 중심이다. 여기에 되찾은 이름 비스트는 그들의 정체성과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축이 됐다. 비스트라는 이름이 품은 감성과 아이덴티티는 하이라이트의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숨 쉬며 공존할 전망이다.
하나의 그룹이 두 개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품은 일은 K팝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비스트는 청춘의 이름이자 원점이고, 하이라이트는 그 청춘을 지켜낸 시간의 증명이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건 결국 이들이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바로 '없는 엔딩'이자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지금 팬들이 감격하고 기뻐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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