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한대행은 지난 14일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재판관 후보자와 관련해)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궤변이었다.
헌재는 그러나 16일 결정문에서 “한 권한대행이 가까운 장래에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제출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의 종국결정 선고 전에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지명이 아닌 발표에 불과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물리친 셈이다.
한 권한대행은 또 ‘헌재가 이미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포고령에 관한 판단을 했으므로 신청인이 주장하는 자기관련성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계엄 포고령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김정환 변호사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김 변호사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며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임명으로)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으로 헌법재판 과정에서 피해를 볼 국민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재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헌재는 향후 헌법소원 본안에서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이 위헌으로 판단될 경우, 이미 임명된 재판관들의 결정에 대한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한 결정이 헌재의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돼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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