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따님 글 보고 왔어요"...SNS '효녀 지도' 식당에 갔다가 생긴 일
22,010 24
2025.04.15 17:34
22,010 24

ktvIxC

123일간의 탄핵 운동을 거치면서 MZ세대 여성 사이에는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응원봉을 들고 여의도 광장에 나오면서부터, 뭔가를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이번엔 국가도, 기관도 아닌 SNS에서 자체적으로 자영업자 살리기 운동을 일으켰다. 얼마 전 유행한 '트위터(현 X) 효녀 지도' 얘기다. 소상공인 부모님을 둔 딸의 트위터 게시물이 시초였다 (관련 기사: "맛 보장" 정부 대신 '내란 불황' 해결 나선 자영업자 자녀들 https://omn.kr/2cu7h ).

어머니가 10년 가까이 백반집을 하고 계신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루 일당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혹시 기회가 되면 한번 와주시길 바라는 자녀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이 글을 전국 각지의 딸들이 '리트윗'으로 홍보했다.

 

zZwzkB

실시간으로 가게에 방문한 유저들은 단순한 식사에 그치지 않고 즉시 사진을 찍어 리뷰에 남기고, 주변 지인에게 공유하는 등 콘텐츠를 재생산했다. 이날 이후 백반집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

트위터의 파급력에 놀란 딸은 감사의 의미로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 딸들의 업체 홍보 글들을 끌어올렸다. 이 릴레이 운동의 결과, 천 여 개가 넘는 소상공인 업체 정보를 담은 '트위터 효녀 지도'들이 완성됐다(딸들이 시작이었지만 아들들도 동참했다). 지도는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링크)' 등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졌다).

"트위터에서 보고 왔어요"... 우후죽순 생겨난 전국 맛집 지도

 

aMAOtw

나도 주말에 효녀 지도 리스트에 있는 동네 음식점 한 곳을 다녀왔다. 마침 늘 똑같은 배달 전문점과 프랜차이즈 식사에 매너리즘을 느끼던 차였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보니, 집 근처에 있으면서도 그간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골목길에 식당이 있었다.

 

"실은 따님이 올린 홍보글 보고 왔어요."


말 안 하고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이었지만, 자녀가 부모님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미소를 보이신다. 순간 사장님의 얼굴에서 학부모의 기쁨이 보인다.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몸짓에 순간 우리 부모님이 겹쳐 보인다. 부모에게는 자녀 칭찬이 최고라는 말이 이제야 실로 와 닿는다. 우리 엄마아빠도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들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맑고 칼칼한 지리탕을 먹어서인지, 사장님께 뜻하지 않은 감사 인사를 받아서인지 양 볼이 따끈하다.

 

 

(중략)

 

 

배달 흔해진 요즘... '누군가의 가족들'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이상하게 오늘은 돈을 썼는데, 쓴 것 보다 더 기분이 좋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흔히 하던 대화의 풍경이었다.

어느 순간 자영업자와 손님 사이에는 벽이 하나 생겼던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검증이 안 된 곳일까 두려워서 프랜차이즈를 가고, 오래된 소상공인들은 SNS에 홍보하는 법을 몰라 새로운 유입층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어릴 적엔 엄마아빠 손이라도 잡고 옛 골목을 따라 식당을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혼자 밥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럴 기회도 줄었다. 게다가 요즘엔 배달 음식을 집에서 시켜먹는 게 거의 매일의 일상이 되면서, 사장님들 얼굴을 직접 볼 일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트위터 효녀 지도'는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을 알려줬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기 골목길 작은 음식점 하나하나에는 지금도 불이 켜져 있고, 그 안에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빠, 가족일 자영업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관련 기사: [자영업자 20만 명 폐업 시대] 도시락집도 긴축하고 알바 눈치 보며 견딥니다 https://omn.kr/2cm8w ).

이 '랜선 효녀'들은, 제법 높아 보였던 오프라인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뛰어넘은 것 같다.

 

.

 

물론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다. 특정 주도자나 관리자가 없다 보니 전문적인 바이럴 업체의 침투나 정보의 왜곡을 막기 쉽지 않다. 또한 처음엔 선한 의도로 시작한 운동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효녀 지도를 만든 편집자들도 이를 감안했는지, 지도 설명에 모든 업체가 무조건 좋은 가게라 보장할 수는 없으니 사전에 가게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고 방문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상은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러프킨은 책 <노동의 종말>에서 산업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복지의 빈 공간을 메우는 건 국가보다도 시민의 자발적인 봉사일 것이라 말했다. 정부보다 시민이 만든 비영리단체가 더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이것을 '제3부문의 강화'라 불렀다.

어쩌면 AI의 등장과 급속화 속에서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이 낙폭에 대응하는 것은 MZ세대 여성들이 보여준 소시민을 향한 신속하고 자발적인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자영업을 살리자는, 우리가 모이면 할 수 있다는 움직임.

부모님에게 "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컸나"라는 말을 종종 듣는 요즘이다. 그것은 비단 우리가 신체적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만이 아닌,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한 형태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69830

목록 스크랩 (2)
댓글 2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시스터>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82 01.04 25,30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7,12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77,0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9,3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83,45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0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0,5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5212 유머 [흑백요리사2] 이 스피드 한국인이 어케 참음 (약ㅅㅍ) 11:24 250
2955211 기사/뉴스 카카오에서 여직원 성추행했다가 정직 징계받고 퇴사한 개발자 토스 입사했다 퇴사 조치당함 1 11:24 144
2955210 유머 영양제 먹고 구름이가 튼튼해졌어요! 3 11:23 228
2955209 기사/뉴스 [단독] 차승원, 추리 예능 ‘배신자들 게임’ 출연 확정…장르불문 열일 행보 1 11:23 129
2955208 이슈 [셀럽병사의 비밀] 센스 미친(p) 세기 말 대선 광고 11:22 77
2955207 이슈 원덬 기준 진짜 본 적 없는 신인 남돌 개인기 11:22 67
2955206 기사/뉴스 아카데미 전초전 크리틱스초이스…'케데헌' 양손 가득 vs '어쩔수' 빈손 11:22 91
2955205 이슈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 같다는 소리 듣는 영국 축구대표팀 유니폼 8 11:22 351
2955204 기사/뉴스 '주머니 손' 일본엔 굴욕 줬는데…한중정상 만남 땐 반전 11:22 244
2955203 기사/뉴스 수입차, 테슬라 가세 '3강' 구도…벤츠·BMW 점유율 50% 붕괴(종합) 2 11:21 67
2955202 이슈 미국 흑인들중 백신불신자가 많은 이유 5 11:19 754
2955201 기사/뉴스 [단독] 김학의 전 차관, 법무법인 변호사로 '조용한 복귀' 11 11:19 390
2955200 기사/뉴스 학교 앞 소녀상에 "매춘 진로지도"…경찰, 불법집회 내사 착수 3 11:17 282
2955199 이슈 사람들이 생각하는 7년 전 에이핑크와 실제 7년 전 에이핑크...jpg 4 11:17 735
2955198 유머 사람 음식에 욕심내는 치와와와 사는 견주의 매일 4 11:17 588
2955197 이슈 1n년전 SBS 예능 붕어빵 봤던 덬들 놀랄만한 소식 15 11:16 1,125
2955196 이슈 [흑백요리사2] 이번주 방송 후덕죽 셰프의 ㅇㅇ 요리 (스포주의) 35 11:14 2,149
2955195 이슈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4 11:14 1,091
2955194 기사/뉴스 中희토류 의존도 70% 넘는 일본 날벼락…“타격 불가피” 20 11:14 642
2955193 기사/뉴스 이게 언론이야 간첩이야 8 11:14 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