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 6곳은 아예 없어
검진비율, 비장애인보다 12%포인트↓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이 건강검진 과정에서 시력을 재고 있는 여성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옆을 지키며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인 검진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비장애인 수검자들도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몸무게를 재야 하니,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지난 7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 2층 건강증진센터. 의료진이 가로·세로 1m가 넘는 사각형 모양의 장치에 60대 여성 장애인이 탄 휠체어를 가볍게 밀어 올렸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체중계다. 전체 무게에서 휠체어 중량을 빼 몸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호사들은 채혈이나 시력 측정, 부인과 검사 등 건강검진 과정마다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옆을 지키며 도움을 주고 있다. 장애인 검진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비장애인 수검자들도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서울의료원은 장애인이 편안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장애 친화’ 의료기관이다. 2016년부터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건강검진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장애인은 장애뿐만 아니라 건강관리가 쉽지 않아 여러 질환에 노출돼 있어, 사망률이 비장애인에 견줘 5배 이상 높다”며 “공공병원으로서 장애인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회적 책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엔 일반 병원에서 볼 수 없는 장애인 전용 탈의실, 특수 휠체어, 누워서 키를 잴 수 있는 장비 등이 마련돼 있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사도 일하고 있다. 2022년 757명, 2023년 763명, 지난해엔 643명의 장애인들이 검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중증 장애인이 약 60%를 차지했다.
하지만 서울의료원과 같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전국 21곳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는 전체 장애인(263만명) 중 43%인 112만명이 살고 있지만, ‘장애친화’ 의료기관은 서울의료원을 포함해 국립재활원, 인천의료원,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성남시의료원 등 5곳이 전부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충남·전북·울산·세종·대구·광주에는 1곳도 없다.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가로·세로 1m가 넘는 사각형 모양의 장치에 60대 여성 장애인이 탄 휠체어를 가볍게 밀어 올렸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체중계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이렇다 보니, 장애인의 경우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검진 수검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다. 국립재활원의 ‘장애인 건강보건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장애인의 일반 건강검진 수검 비율은 63.5%로 비장애인(75.5%)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중증 장애인은 더 심각하다. 뇌손상으로 복합 장애가 있는 뇌병변장애인의 수검 비율은 43.8%에 그친다. 사망률이 높은 암 검진도 장애인은 45.5%로 비장애인(57.7%)보다 12.2%포인트나 낮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검진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885명으로 전체 국민(728명)보다 5.3배 높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 제도를 시작했지만, 확대 속도가 더디다. 재정과 인력 문제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현석 원장은 “현재 장애친화 건강검진 운영 기관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공성을 위해 유지하고 있다”며 “수가 인상과 인력이 지원되지 않으면 민간 병원 등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중증 장애인의 경우 검사를 할 때 안전하게 침대에 눕히려면 3~4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자폐·뇌병변 등 장애 유형에 따라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검진 기구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장애인도 많다고 한다. 이 원장은 “중증 장애인 1명의 검진 시간이 비장애인의 5~6배 정도 더 걸린다”며 “장애인 검진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단체도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은 “장애인들도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친화 검진기관’이 기초지방자치단체에 1곳 이상은 있어야 한다”며 “인력과 장비 등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장애인은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지역가입자 검진 의무를 강화하고, 내시경 등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담당자는 “91곳의 의료기관이 시설 개보수 등 ‘장애친화 검진기관’ 지정 기준을 맞추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 말까지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며 “중증 장애인 검진가산수가도 자속적으로 증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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