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저런 사람은 의사하면 안되는 거 아니예요?"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김사비(한예지)에게 환자가 불만을 토로한다. 열감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또박또박 의학적인 설명만 덧붙이고 심지어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 아닌가"라고 답변하는 김사비에게 환자는 열통이 터진다. 의학적으로는 틀린 말이 없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가 모자라는 김사비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등장하는 전공의들은 김사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저마다 모자라는 면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의사로서는 부족한 면이 한 가지씩은 있다. 오이영(고윤정)은 졸부 집 늦둥이로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났지만 병원 개원해준다는 아빠 말이 물거품이 되면서 의사의 길도 접었던 인물이다. 어느새 다 써버린 마이너스 통장 5천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레지던트 재수생을 하게 됐다. 의사생활의 보람이나 의미 같은 가치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멋있을 줄 알고 의사를 선택했지만 현실의 초라함 때문에 늘 잘 나가는 인스타 속 남들과의 비교에 고개를 떨구는 표남경(신시아)도 그렇고, 전직 아이돌 출신 최초의 전공의가 됐지만 뭐 하나 잘 하는 것이 없이 늘 꼴찌를 못면하고 하는 일마다 헛다리를 짚는 엄재일(강유석)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모자라다. 그런데 이 모자란 이들이 생명을 탄생시키고, 때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을 해야한다는 게 이 드라마가 만들어놓은 허들이다. 과연 이들은 저마다의 모자람을 채워나감으로써 이 만만찮은 허들을 넘을 수 있을까.
https://v.daum.net/v/20250414150004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