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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지자체 갑질에 고개 숙이는 KBO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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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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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VdhLzR
 

야구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팬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해야 할 공간에서 야구팬이 목숨을 잃었다. 야구팬들은 집단적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사고 이후 창원시와 시설공단이 보여준 무책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사고는 지난 3월 29일 오후 NC 다이노스-LG 트윈스전이 열린 창원NC파크에서 발생했다. 3루 측 구단 사무실 4층 창문에 설치된 알루미늄 구조물이 갑자기 추락했다. 무게 60㎏에 달하는 구조물이 17m 높이에서 떨어져내렸다. 매점 천장에 맞고 튕겨 나간 루버가 음식을 사려고 줄서 있던 관중 3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이 머리를 다쳤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함께 야구장을 찾은 10대 여동생은 쇄골 골절 부상을 입었다. 초유의 사고에 야구팬들은 안전한 야구장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전국 여성 야구팬 일동 이름의 트럭시위가 펼쳐졌다.

 

구단에 책임 전가도

 

사고 발생 직후 창원시와 공무원들은 사태 수습과 해결책 모색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창원시설공단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사실 공단 책임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데 그건 너무 이기적”이라는 ‘기적의’ 논리와 함께 “야구장의 일반적인 안전 관리, 보수 책임은 협약에 따라 운영자인 NC 구단에 있다”며 구단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문제의 루버는 NC 구단이 아닌 창원시가 6년 전에 설치한 구조물이며, 야구장 소유권자는 창원시, 기본적인 관리 주체는 창원시 산하 기관인 창원시설공단이다. 

 

관련 법령에는 ‘기타시설·외벽마감재’도 안전점검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남 일처럼 굴던 창원시는 국토교통부가 공문으로 긴급 정밀안전점검 실시를 요구하자 그제야 태도를 바꿔 합동대책반을 구성하고 안전점검에 나섰다.

 

창원시가 이런 식으로 야구단을 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NC 창단 당시부터 시작된 갈등의 역사가 길다. 2010년 구단 유치 당시 창원시는 ‘약 1200억원 규모의 새 구장 건립, 구장 사용료 면제, 구장 운영권 장기 위탁’ 등 파격적인 제안으로 NC와 야구계의 환심을 샀다. 흥행성과 접근성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이 나았지만, NC는 창원시의 약속을 믿고 창원을 선택했다.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김택진 구단주의 소신도 창원 연고 선택에 작용했다. 

 

그러나 정작 새 야구장을 지을 때가 되자 창원시는 “사용료 면제 약속은 기존 마산야구장에 대한 것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NC는 새 구장 건립비 1270억원 중 100억원을 이미 분담하고도 추가 사용료를 요구받았다. 부지 선정과 명칭 문제에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정치적 이유로 야구장 부지를 진해로 변경하려 압력을 가했고, 구장 명칭 또한 NC가 제안하고 ‘야구장명칭선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확정한 ‘창원NC파크’를 무시하고 ‘창원NC파크 마산구장’을 강요했다.

 

창단 당시 약속과 달리 대구(500억원), 광주(300억원) 수준의 막대한 구장 사용료를 요구했고, 결국 NC는 330억원(25년)이라는 고액의 사용료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시의회 의원들은 “야구단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호통으로 존재감을 어필했다. ‘제발 우리 지역에 야구단을 유치해 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했던 기억은 하얗게 머리에서 지운 듯했다. 온갖 정치권 갑질에 NC 야구단 직원들은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냉가슴만 앓았다.

 

지자체와 야구단의 갑을 관계는 창원시와 NC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도 신구장 건설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화는 신구장 건설을 위해 구장 건설비용의 25%인 총 518억6000만원을 투입하고, 그 대가로 25년간 구장 사용권 및 명명권, 광고권 등을 획득했다. 팬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라 ‘한화생명 볼파크’로 명칭을 결정했으나, 2025년 1월 갑자기 대전시가 “구장 이름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하라”고 딴지를 걸었다. 대전시는 “사용권을 내준 거지 구장 이름 결정권까지 내준 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후 비판 여론에 결국 ‘한화생명 볼파크’ 명칭 사용이 허가됐지만,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과 지역지들은 지역민들을 무시한다며 야구단을 비난했다. 앞서 창원에서 벌어진 일과 판박이다. 새 구장 외야에 설치한 63빌딩 모형이 ‘무허가’란 이유로 철거되는 일도 있었다. 개장 후엔 장애인석 시야 문제, 주차장 문제, 누수 문제, 전기용량 부족 등 새 야구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사태의 책임은 시와 건설사에 있지만, 불편을 겪은 팬들의 비판은 애꿎은 야구단을 향했다.

 

숟가락 얹기는 기본

 

수도권 팀 관계자는 “야구단은 막강한 행정력을 자랑하는 지자체 앞에 절대 을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지자체에서는 야구단에 지역 축구팀 버스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구단 수익이 증가했다거나, 적자폭이 줄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 안 된다”며 “구단이 돈을 번다고 하면 지자체에서 당장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1000만 관중이 찾아오고 경기장이 매진돼도 여전히 프로야구는 모기업 돈을 부어서 운영하는 적자 사업인데, 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들은 이해할 생각도 없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략)

 

새 구단 창단이나 리그 확장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구단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카드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지금처럼 지자체가 야구단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을’로 여기고, 도움을 주려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뜯어낼 궁리만 하고, 사고가 발생해도 구단 책임으로 떠넘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구단들도 언젠가는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프로야구단이 꾸준히 현재의 관중 수를 유지하고, 구단이 자생력과 영향력을 갖추게 되면 지금의 갑을 관계가 역전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최근 벌어진 일들을 계기로 지자체와 프로야구단 간의 왜곡된 관계를 재정립하고,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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