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4GJ8tVKLi34?si=vHlCGG7lyspWX1p4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일 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SNS에 짧은 글 한 줄을 올렸습니다.
'역사에 죄송한 날'.
누가, 왜 죄송한 것인진 모호합니다.
다만 밑에 달린 70여 개의 댓글들은 이 위원장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 헌법재판소와 민주당, 언론을 비난합니다.
고도의 중립성을 요구받는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 교감한 겁니다.
이같은 이 위원장의 일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에도 그는 극우 세력의 눈에 들려고 애썼습니다.
어지간한 여당 의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야당과 비판 언론, 노동조합을 헐뜯었습니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지난달 5일, 국회 현안질의)]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라고 이야기한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범 또는 대북 불법송금범 이렇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작년 10월 7일, 국회 국정감사)]
"(MBC가) 편파적인 보도를 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민노총 방송사' 또는 '민주당 방송사'로 불리고 있다고…"
과거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꼬리표를 달고 중립성을 의심받았던 전임 위원장들조차, 적어도 말로는 상대를 존중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사법부도 안중에 없습니다.
방통위의 위법적인 '2인 의결'이 법원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았지만, 자신이 '사랑한다'는 후배를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하고,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를 강행합니다.
소송이 불 보듯 뻔한데도 고집을 꺾지 않고, 패소하면 혈세를 쌈짓돈 삼아 2심, 3심까지 법정 다툼을 끌고 갑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이 위원장은 지난 2019년 '1호 인재'로 자유한국당에 들어갔고, 3년 뒤 지방선거에선 대구광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금도 지역 정가에선 그가 재도전할 거란 하마평이 상당한 걸로 전해집니다.
누구나 정치에 뜻을 둘 순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의 주요 기관장으로서 삼권분립의 다른 축인 국회와 법원을 무시하다시피 하는 공직자라면 어떨까요.
대통령 파면 못지않은 우리 정치사의 불행입니다.
MBC뉴스 이용주 기자
영상편집: 안윤선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41745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