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너무 힘들어서 안 할 것 같다."
김연경(37·흥국생명)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배구를 할 것인지"를 묻자 돌아온 답이 이랬다. 그는 "3차전에 끝났다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며 특유의 농담을 던지면서도 "배구가 마지막까지 나를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 다시 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20년간 쉼 없이 코트를 누볐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풀세트를 꽉 채웠기에 김연경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건,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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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쉼 없이 코트를 누볐고,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풀세트를 꽉 채웠기에 김연경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건,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데뷔 때부터 '센세이션' 했던 그였다. 그는 루키 시즌 정규리그에서 득점, 공격, 서브 타이틀을 휩쓸었다.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 챔프전 MVP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김연경을 품에 안은 흥국생명은 단숨에 리그 최강팀이 됐다. 2006-07, 2008-09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김연경은 해외 진출 이전까지 4시즌을 뛰면서 정규 리그 MVP와 챔프전 MVP를 각각 3회씩 받았다. 그야말로 '김연경의 리그'가 됐던 시기였다.
해외리그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은 계속됐다. 일본에서 2시즌을 뛰며 컵대회 MVP와 정규리그 MVP를 한 번씩 받았고, 이후 튀르키예로 진출해서는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MVP까지 수상하며 전성기를 꽃피웠다.
단순히 기량만 출중한 것도 아니었다. 김연경은 튀르키예 엑자시바시 시절인 2019-20시즌엔 주장으로 팀을 이끌기도 했다. 동양에서 온 '외국인선수'에게 선수단을 아우르는 주장 역할을 맡겼다는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컸다. 탁월한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의 영향력도 대단했다는 이야기다.
김연경을 보유한 여자 배구 대표팀도 전에 없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을 달성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땄다. 이런 호성적을 바탕으로 국제대회 '1부리그' 격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오랫동안 머물며 세계 강호들과 경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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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김연경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벌써부터 김연경의 은퇴 후 '한국 배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미 대표팀에서 그 공백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이 물러난 여자 대표팀은 파리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아시아 레벨에서도 고전할 정도로 전력이 약해졌다.

떠나는 김연경 또한 한국 배구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LA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망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육성해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김연경은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지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셔야겠지만, 나도 한국 배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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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1.kr/sports/volleyball/5747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