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등 드라마 15편 제작비 세액공제
스튜디오드래곤, 세무서 환급거부 처분에 불복.. 조세심판서 뒤집어
작가‧배우 계약 외주사 맡겨도 원청이 혜택
"제작 리스크 감수한 스튜디오가 지원 받아야"
CJ 그룹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조세불복 심판에서 이겨 과거 냈던 법인세 30억 원을 돌려받는다. '비밀의 숲'을 비롯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발생했던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뒤늦게 인정받은 것이다.
작가‧배우 섭외 등의 주요 제작 업무를 공동(외주) 제작사에게 넘겼는데도 원청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세금 혜택을 받은 이례적 사례로, 앞으로 대형 스튜디오가 법인세 부담을 줄일 때 활용할 수 있겠다.
■ tvN '비밀의 숲' 등 15편 제작비 세액공제
8일 <조세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조세심판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제기한 법인세 경정청구를 거부한 마포세무서의 처분을 취소했다.
앞서 스튜디오드래곤은 과거에 법인세를 납부하면서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항목을 놓쳐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냈다며 일부 금액을 돌려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마포세무서는 요청을 거부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이에 맞서면서 2023년 10월 조세심판이 시작됐는데, 조세심판원이 세무서 판단을 깬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스튜디오드래곤에 환급되는 법인세는 약 30억 원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공급한 드라마 작품 76편 가운데 외주 제작 15편에 대한 세액공제를 뒤늦게 적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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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작품의 제작비 총액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공제율 3%를 적용, 환급액 30억 원이 나왔다. 스튜디오드래곤이 2017~2019년 낸 법인세 228억 원의 13% 수준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앞으로 2020년 법인세에서 못 받은 공제도 청구할 계획이다.
■ 작가‧배우 섭외 외주 맡겨도 제작사로 인정돼
이번 사건은 작가‧배우 섭외와 같은 '제작 핵심 실무'를 외주 제작사가 도맡았는데도 원청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세액공제를 받은 대목에서 주목된다.
사건 결정문을 보면, 환급이 결정된 드라마 15편은 외주 제작사들이 제작비를 받고 작가 및 배우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제작 실무를 처리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투자금 전액을 대고 제대로 썼는 지 관리하며, 드라마가 TV 채널에 편성될 수 있도록 방영권을 사놓는 등 기획을 주로 맡았다.
마포세무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이처럼 제작 실무 기여도가 낮은 점을 들어 제작사가 아닌 '투자사'라고 보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은 ①작가 ②주요 출연자 ③스태프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④제작비 집행을 결정하는 등 4가지 조건 중 3개 이상 충족해야 공제 대상이라고 규정한다. 이런 조건대로면 스튜디오드래곤은 ④번만 해당하므로 가령 비밀의숲의 세액 공제는 외주 제작한 '씨그널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받아야 맞는다.
법규에 대해 문경호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이럴 때는 원청 제작사와 외주 제작사 중 누가 작가, 배우 계약 체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지 '사실 판단'을 거쳐야 한다"면서도 "다만, 해당 법 조항에 '간접 계약'이 허용된다는 얘기가 없으므로 당연히 '직접 계약'을 체결한 외주 제작사에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게 원칙이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조세심판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외주 제작사에게 어떤 작가와 출연자, 연출자를 섭외할지 지시해뒀고 일부 섭외는 직접 교섭한 점에 주목했다. 제작 상황을 통제하고 드라마 판권을 갖는 등 결정권을 쥐고 있어 스튜디오드래곤이 실질적인 제작자라고 본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외주 제작사는 드라마 15편의 제작과정 대부분을 수행했지만, 기획하고 책임지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만약 스튜디오드래곤도 제작사가 아니라고 보고 경정청구를 거부한다면, 스튜디오드래곤과 외주 제작사 모두 세액공제를 못 받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확대되는 세액공제, 스튜디오-외주社 이견 '팽팽'
드라마 제작비에 대한 세금 환급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스튜디오드래곤 환급건은 공제율이 제작비의 3%지만, 지난해 법이 바뀌어 공제율이 5~15%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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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공제를 받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싸고 스튜디오와 외주 제작사간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제작비 세액공제는 한번만 받을 수 있는데, 대형 스튜디오에서 먼저 받아 가 외주 제작사는 못 받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외주 제작사 측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세금 혜택은 도입될 때 영세한 외주 제작사를 지원하려고 도입됐으나, 대형 스튜디오들도 이를 요구하면서 변질되고 있다"고 했다.
방송사나 대형 스튜디오 측은 드라마 사업에서 채널 편성이나 투자 유치 등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획에서 엎어져 빛을 못 보거나 방영했더라도 시청률 부진으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는 비운의 시나리오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제작 및 흥행까지 성사시켰다면, 비록 제작 실무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입장이다. 유건식 KBS 박사는 "대형 스튜디오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고 투자를 독려하면, 외주 제작사가 맡을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가 늘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조세심판원도 최종 결정문을 만들기까지 3차례나 심리할 정도로 숙고를 거듭했다. 조세심판원은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조세심판원장의 직권으로 다시 회부하고 재심에 부칠 수 있다.
최종 판결은 투자 확보 등 기획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 업계 의견을 보다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스튜디오드래곤 사건의 조세심판관은 "정액의 제작비를 받고 영상을 제작‧납품하는 외주 제작사보다는, 제작 전반을 책임지고 손익이 귀속되는 스튜디오를 지원하는 게 '제작 리스크 경감 및 콘텐츠 제작 지원'이라는 세액공제의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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