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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무엇이 한 평범한 소년을 괴물로 만드는가 - 소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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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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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얌전한 열세 살 소년 제이미는 어쩌다 같은 학교 여학생을 일곱 번이나 칼로 찔러 죽인 살인자가 되었나?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4부작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작품은 잔혹한 범죄 행위 자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거나 법정에서의 복잡한 재판 과정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 대신 비범한 원테이크 연출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그의 범행 동기를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제이미의 진술에 따라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피젯이 케이티의 가슴 사진을 친구들에게 유포하는 바람에 케이티는 학교에서 걸레라고 불리게 되었다. 제이미는 한창 마음이 약해져 있을 케이티에게 데이트를 신청했으나 예상과 달리 곧바로 거절당했고, 그날 이후 케이티는 인스타그램에서 제이미가 인셀이라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에 분노한 제이미는 결국 한밤중에 칼을 들고 케이트를 찾아갔다.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재차 주장하는 제이미의 생각은 온통 모순투성이다. 제이미는 자기가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80대 20 법칙(여자의 80%가 20%의 남자에게 끌린다는 법칙)에는 동의한다. 케이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케이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었다. 그런 자신의 데이트 요청을 수락하지 않고 자신을 모욕한 케이티는 ‘나쁜 년’이다. 하지만 칼을 들고 위협해 케이티의 몸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자신은 ‘좋은 사람’이다. 

  

제이미가 저지른 살인은 이러한 극단적이고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아래로 향하는 분노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다. 그동안 주변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온 제이미는 신체적 학대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상담사의 말에 그들은 그저 발을 걸고 침을 뱉은 것뿐이라면서 자기가 입은 피해를 축소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롱 섞인 케이티의 말 한마디에는 극도의 모멸감을 느끼고 칼까지 휘두른다. 분노와 증오, 복수의 대상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제이미의 태도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기는 비겁한 폭력의 전형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그의 범행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변명하려는 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단순히 제이미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을 어린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의 책임으로 환원할 수 있을까. 작품의 결말에서 제이미의 부모가 나누는 대화는 제이미가 엇나간 것이 오롯이 부모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같은 부모의 품 안에서도 한 아이는 살인자가 되었지만, 다른 한 아이는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년의 시간〉은 괴물이 되어버린 한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남성 청소년들 사이에 자리 잡은 잘못된 세계관과 이것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여러 요인을 동시다발적으로 고발한다. 기성세대에 의한 가부장적·마초적 남성성의 요구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남성성에 대한 집단적 배제, 남성 청소년 집단에 만연한 인셀 문화와 여성 혐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가족 내 소통의 부재, 그리고 교사의 존재가 지워진 디지털화된 교육 현장까지.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이 작품은 위험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소년의 시간〉은 픽션이지만,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놀랍게도 픽션이 아니다. 실제로 남성 중심의 반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매노스피어(manosphere)의 활동가들은 레드필 무브먼트(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주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살인 등의 강력 범죄를 행하는 인셀 테러도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불과 1년 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국적인 규모의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떠올려 보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게 하려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아이들이 무분별한 정보가 통제 없이 떠다니는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 상주하는 시간이 길어진 세상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유대를 충분히 쌓아야 하고, 학교는 아이들이 좋은 교사들을 만나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더불어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따끔히 일러주는 사회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소년의 시간. 성년이 되어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소년들의 시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것은 파괴적이고 뒤틀린 사회 인식 대신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희망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패를 경험한 지금, 우리에게는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74784#link_guide_netfu_64709_77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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