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에 감정이입하는 아버지들... 관식처럼 일했지만 관식이 될 수 없는 이유
[윤일희 기자]

"요즘 '폭싹' 땜에 'X저씨'들이 자기가 관식(박보검/박해준 분)이라고 우긴대. 사실은 '학 씨'(부상길 역/최대훈 분)면서."
딸의 개그에 참을 수 없는 재치기를 하듯 웃음보가 터진 나는 "뭔 소리야. 대한민국에 관식이가 어디 있는데. 관식이 같은 가부장이면 나는 인정한다"고 받아쳤다. 그때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반격. "그럼 니네는 애순이고?" '후훗. 이것이 당신의 본심이었구나.' 나는 속엣말을 했고, 그저 지긋이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 남편을 바라봤다.
둘 다 노동에 헌신했지만... 관식과 상길의 결정적 차이
관식은 5060 세대보다 훨씬 앞선 세대지만, 남편을 비롯해 나름 열심히 산 1960년대생 아저씨들이 관식에 이입하는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으로 나오는 'IMF 시절'과 '고개 숙인 아버지' 신드롬은 당시 남성들의 패배감을 적극 옹호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잔인한 약육강식 경쟁에서 밀려난 아버지들의 설움을 진지하게 어필한 것인데, 이는 당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것이 아버지(남성)만이라 착각하게 만들었다. 금명같은 여성 노동자들도 있는데 말이다.
관식보다 현실적인 가부장을 반영하는 '학 씨'를 연발하는 부상길도 노동엔 꽤나 진심이다. 관식 급은 아니지만 눈뜨면 일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그의 노동관은 관식처럼 지순하지 않다. 그의 노동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 뱃일로, 남성다움의 과시이자 가족들에게 '누구 덕에 쌀밥 먹냐'를 유세할 수 있는 권위의 도구다.
상길과 유사한 아버지들이 관식에 이입하는 것은, 시대적 피해의식의 세례를 지나치게 받은 일종의 자기 연민적 착각이거나, 도저히 관식일 수 없으나 관식이 아내나 자식으로부터 받는 존경과 사랑이 고픈 열등감의 반영일 것이다. 내 남편이 '너도 애순은 아니다'라는 타령을 한 것도 관식처럼 대접받지 못함에 대한 소외감의 산물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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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식과 애순의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희생적 자식 사랑도, 부모의 헌신을 깨닫고 책임감을 가지는 금명과 은명의 쌍팔년식 효심도, 무너지지 않는 지지대라고 믿었던 가족도, 이제 모두 효력을 다한 시대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토록 <폭싹 속았수다>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믿기에.
https://v.daum.net/v/20250406104200593
요즘 어딜가나 양관식 주장남들 많길래 신기함..ㅋㅋㅋ
논외로 기사는 너무 좋아서 전문 읽어보길 ㅊㅊ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