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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잔잔하게 웃겨주는 필굿 로맨스 ‘감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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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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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연구소>는 장난기 가득한 친구가 구술해주는 이웃의 연애담 같은 드라마다. 현실과 과장, 너스레의 조합이 절묘해서 맞장구도 치다가 배꼽도 잡는다. 캐릭터의 특징을 극대화하고 포인트를 잘 살려서 뻔한 얘기인데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일’과 ‘사랑’ 양쪽 묘사가 모두 매력 있고, 여성 커뮤니티의 성적 농담이나 연대감의 특징도 잘 포착했다. ‘존잘’ 이사님과의 사내 연애, 썸남과 이웃 되기, 나를 차버리고 후회하는 구남친 등 클리셰가 난무하지만 그건 단점이 아니다. 


<감자연구소>는 오히려 그것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돌출되는 이벤트인지 강조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고는 한다. 이 장르의 문법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패러디 코미디처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포근한 풍경과 정서가 더해져 <감자연구소>는 직장 여성의 힐링 드라마로 손색이 없다.


주인공 캐스팅은 이 드라마의 약점이기도 하고 강점이기도 하다. 아직 흥행력이 강한 배우들은 아니라서 화제성이 떨어졌지만 작품에만 집중하자면 최적의 캐스팅이다. 성격은 괴팍하지만 성실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여주인공 ‘김미경’은 이선빈의 강단 있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 덕에 현실성이 더해졌다. 

한편 이 드라마는 성적 관음의 주체와 객체를 성별 도치시킨 풍자적 섹스 코미디를 자주 구사하는데, 강태오가 온갖 짓궂은 설정을 능청스럽게 소화해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다.


<감자연구소>는 강원도 농촌에 위치한 연구소의 일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식품 회사 부설 연구소라지만 연구원들의 일은 품종 개발로 끝나지 않는다. 자사 품종을 보급하기 위해 농부들과 협상을 벌이고, 감자밭을 관리하고, 수만 종의 실험체를 돌본다. 일이 고된 터라 한 달도 못 채우고 도망가는 신입이 많았고, 그 덕에 농업 전공자는 아니지만 근성은 차고 넘치는 미경이 연구원으로 채용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미경은 동료들, 마을 어르신들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유능한 일꾼이다. 자신만의 감자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열정도 있다. 연구소 사람들은 모두 인정이 넘친다. 특히 ‘포테이토 갱’을 자처하는 기 세고 의리 있고 쿨한 여직원들의 만담이 자주 웃음을 자아낸다. 감자연구소와 고구마연구소의 패싸움 장면처럼 농업을 활용한 독특한 유머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일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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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은 과거 대기업 상품 개발 부서에서 일하다 잔인한 방식으로 퇴사당했다. 그 후 방황하다가 동생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가깝다는 이유로 감자연구소에 지원했더랬다. 그런데 과거를 잊고 잘 지내는 그에게 다시 풍파가 닥친다. 전 직장인 대기업이 현 직장인 식품 회사를 인수해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미경은 자기를 배신하고 회장 딸과 결혼한 구남친 박기세(이학주)와 재회한다. 기세는 미경에게 다시 집적대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미련 떨며 갈팡질팡하는 대신 번번이 속 시원한 어퍼컷을 먹인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본사에서 내려온 인정머리 없는 소백호 이사(강태오)가 미경을 자르려 한다는 것이다.


소백호가 미경네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이들의 ‘혐관 로맨스’가 시작된다. 철두철미한 백호는 낯선 농촌 생활과 연애 감정에 허둥대면서 점차 인간미를 드러낸다.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말하자면 ‘아는 맛’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로맨스 자체보다 해설과 추임새가 일품이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미경의 친동생 환경(신현승), 친자매나 다름없는 친구 옹주(김가은)가 함께 산다. 야한 소설과 만화 마니아인 옹주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현란한 언변으로 해설한다. 엉뚱하고 발랑 까진 옹주 덕에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늘 아기자기한 소동이 벌어진다. 서로가 반대하면 사랑하는 남자도 포기할 수 있다고 할 만큼 극진한 옹주와 미경의 관계도 드라마에 훈훈함을 더한다. 백호와 미경의 사내 연애를 보는 감자연구소 멤버들의 추임새도 흥을 돋운다. 이 로맨스는 당사자 둘이 있을 때보다 구경꾼이 있을 때 더 재미있다.


<감자연구소>에는 뻔한 클리셰를 합리적으로 변형한 대목도 있다. 백호와 미경은 해고 통보를 이유로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을 끌지 않는다. 그들은 공사 구분이 확실하다. 백호는 미경에게 연애를 제안하면서도 해고는 취소하지 않는다. 미경 역시 그를 원망하지 않고 해고 절차가 끝나면 사귀자고 한다. 기세와 미경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백호가 지켜보는 장면은 오해와 사랑싸움으로 번지겠다 싶지만 그렇지 않다. 백호가 그 장면을 통해 과거 자신이 미경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는다는 전개는 이 인물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주인공들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이성적이고 쿨해서 지켜보기가 편하다.


당연히 이들의 로맨스에도 위기는 있다. 과거 대기업에서 미경을 해고한 게 백호였던 걸로 밝혀진다. 왜 이번 해고는 괜찮은데 과거의 해고는 이별을 고려할 정도로 큰일인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짧은 플래시백으로 그것을 설득해낸다. 현대인에게 직업이 가지는 의미, 살인적인 기업 문화, 직장인의 정신 건강 등에 대한 작가의 이해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이 로맨스의 장식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성의껏 다루어져, 쉴 새 없는 농담에도 이 드라마가 성숙하게 느껴진다.


아쉽게도 <감자연구소>는 최종 2화만 남겨둔 상태이고, 시청률은 1%대로 저조하다. 하지만 무거운 드라마에 지쳐 부담 없는 볼거리를 찾는 시청자, 특히 직장 여성에게는 <감자연구소>가 이번 시즌 가장 사랑스럽고 공감 가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https://www.vogue.co.kr/2025/04/02/%ec%9e%94%ec%9e%94%ed%95%98%ea%b2%8c-%ec%9b%83%ea%b2%a8%ec%a3%bc%eb%8a%94-%ed%95%84%ea%b5%bf-%eb%a1%9c%eb%a7%a8%ec%8a%a4-%ea%b0%90%ec%9e%90%ec%97%b0%ea%b5%ac%ec%86%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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