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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윤석열 파면' 헌재 결정문 83쪽부터 다시 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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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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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계엄 선의-야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객관성 상실한 사실관계' 문제점 세 가지... 윤석열 '불명예' 덮어준 헌법재판관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헌재)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에서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했다(2024헌나8). 헌정질서의 관점이고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TV로 생중계된 파면 선고에서 문형배 재판장은 '국회,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타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들으면서 이것이 어떤 맥락인가 궁금했다. 언론도 헌재의 이런 설시를 보도하면서 '헌재가 야당을 꾸짖었다'고 표현했다. 결정문의 해당 부분을 찾아 봤다. 기가 막혔다.

이 대목 헌재의 결정 이유는 아무리 그 설시를 선해하고, 일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하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헌재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 행위에 있어 그 의도와 목적을 선의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청구인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

"이 사건 계엄 선포 및 그에 수반한 조치들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피청구인이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의 권한행사에 관하여 권력의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그것이 객관적 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의 목적이라 주장하는 '야당의 전횡에 관한 대국민 호소'나 '국가 정상화'의 의도가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은 현재의 정치상황이 심각한 국익 훼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단하였더라도,


둘째, 헌재는 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언급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가정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현존 야당이 위헌정당일 수 있다고 오해될 수 있는 언급이 국가의 헌법수호기관의 탄핵 결정문에 등장한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마치 비상계엄 선포하지 말고 위헌정당해산을 제소해서 헌재로 오지 그랬냐는 책망의 느낌마저 든다.
 

설령 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데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더라도, 정부의 비판자로서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특별히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를 준수하는 범위에서(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참조)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제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었다(헌법 제8조 제4항).


셋째, 헌재가 이와 같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유를 설시하는데 선행한 사실관계 언급이 극도로 불균형하고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되었고, 이는 피청구인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 사이에 상당한 마찰을 가져왔다. 피청구인이 대통령에 취임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기까지 2년 7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2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다. 야당이 주도한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하여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되었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도 과거에는 감액이 있으면 그 범위에서 증액에 대해서도 심사하여 반영되어 왔으나,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의결을 하였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경찰청의 특수활동비, 검찰과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예산의 전액을 각 감액하는 의결을 하였는데, 이 가운데는 검찰의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마약 수사, 사회공정성저해사범 수사, 공공 수사 등 수사 지원 관련 예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재의에서 부결된 법률안의 재발의 및 의결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헌재 결정을 포함한 법적 판단의 메커니즘은 단순하게 말하면, i) 사실의 인정이 있고, ii) 그 사실에 터잡아 어떤 법적인 효과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대통령을 파면할 것인가라는 법적 효과의 검토에 선행하는 사실의 인정은 그 파면 여부의 결정이 정당한 것인가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것이어야 하며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변호사로서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법적 판단이 불신을 받는 대개의 경우는 사실의 인정이 자신들이 내린 결론에 부합하는 것들로만 이뤄지고, 그 결론에 장애가 되는 사실관계를 외면하는 경우들이다. 헌재의 이 대목 결정 이유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헌재가 설시한 야당의 위와 같은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의 행위들이 옳다거나 정당하다고 무작정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야당의 그러한 행태들도 모두 이유와 근원이 있다. 윤석열의 검찰 및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한 폭압 통치, 야당 대표와 전임 정부에 대하여는 쇠방망이를 휘두르고, 자신의 배우자와 측근 등에게는 어떤 형사조치도 불가하게 하는 철저한 이중성,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사망 사건에서 보이는 극도의 무능·무책임한 행태, 부안 잼버리, 부산 엑스포 유치 등에서 보이는 무능력, 무책임 등을 다시 논할 필요조차 없다. 경제의 무능과 실정, 우크라이나 문제 등 대외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윤석열의 실정과 무능, 극도의 이중적이고 편향적인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는 이번 헌재 결정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 탄핵 소추인측이 탄핵 사건의 심리에 소요되는 시간의 장기성을 감안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소추사유에서 제외했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위와 같은 헌재의 결정 이유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가 위와 같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의 행위들을 탄핵 사건에서 언급할 것이었다면, 그 야당의 행태를 초래한 윤석열의 선행하는 혹은 얽혀 있는 반대행위들도 균형있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설시를 했어야 했다.
사실관계를 극도로 불균형, 불공정하게 언급한 다음 윤석열의 계엄 선포행위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라고 쓰는 헌재의 위와 같은 설시는, 헌법 재판관들은 도대체 윤석열 정부 시절 어디에서 살다가 오신 분들인가 하는 깊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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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9명의 재판관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결정문을 쓴 주심 재판관이 정형식 재판관이라는 점도 위와 같은 설시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표현을 문제삼는 경우 선고는 더 늦어졌을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4월 18일이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이라는 점도 우리는 중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헌재의 이 결정은 역사적 문서가 되었다. 결정문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한국의 마그나 카르타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번 헌재 결정이 어떤 심오한 이론이나 혜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결정을 하는데 심리종결(2. 25.) 이후 38일의 기간이 소요되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고,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위와 같은 지극히 불균형하고 불공정한 사실관계의 기재가 버젓이 역사적 문서를 통해 영원히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문서를 보게 될 후세의 사가들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행위는 위헌이지만 그 위헌적인 행위에 이르게 된 것은 위헌정당일 수도 있는 야당의 극도로 편향된 정부 발목잡기로 인한 것이었고, 대통령은 '야당의 전횡에 관한 대국민 호소'나 '국가 정상화'의 의도 하에서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와 반대되는 사료나 기록이 많지만, 헌법기관인 헌재 결정이라는 자료의 무게, 123일간의 심리와 숙고를 통한 결정이라는 점 등을 후세의 사가들은 보다 중요하게 취급할 것이다.

이로써 윤석열은 현실의 법정에서는 내란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역사의 법정에서는 그 오욕과 불명예를 변명하고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나중에 혹여 야당과 정적을 한방에 쓸어버리고자 군사상 무력을 동원하고자 하는 자들에게도 이 헌재 결정은 좋은 변명과 명분이 될 여지도 있다.

 

 탄핵 심리가 종결된 2월 25일 이후 한달 이상의 시간 동안 헌재는 아무 설명도 없이 선고기일을 잡지 않았다. 한덕수 탄핵 기각 결정(2024헌나9)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심판 정족수는 한덕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책에 있었으므로 대통령에 준하여 200명 이상이어야 하므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2명 재판관의 의견은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법리적으로는 입론 가능한 견해이다. 그러나 마은혁 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하여 그것이 아예 위헌·위법이 아니라는 의견(김복형 재판관)은 말할 것도 없고, 위헌이기는 하나 탄핵 결정을 정당화할 사유는 아니라고 하는 의견(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김형두 재판관)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헌재는 지난 2월 27일 8인 재판관 전원일치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2025헌라1). 헌재 스스로 임명 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위헌행위를 한 사람의 임명부작위는 위헌이 아니라거나 파면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번 윤석열 파면에 이르기까지 법조고위공직자들이 자행하는 행태를 보면서 나라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들 법조고위공직자들의 손에서 이뤄지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견지에서 차제에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헌재의 위 결정문 설시는 그런 견해의 논거를 추가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이 도대체 뭔데, 역사적인 문서에 지극히 불균형, 불공정한 사실관계를 기재하고, 윤석열이 일방적으로 내뱉은 계엄선포의 동기나 이유를 선해해서 기재한단 말인가? 누가 헌재 재판관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나?

헌재 결정의 무게는 당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그 무게가 있다. 이번 헌재 결정 83쪽 이하의 기재는 모두 다시 쓰여져야 한다. 그 오류와 잘못이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시가 쓰여지게 된 이유와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이번 윤석열 탄핵 사건에 부여된 우리 시대의 소임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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