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12월 4일 새벽 비화폰으로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홍장원 전 차장은 12월 6일 국회 정보위에서 윤 대통령과 12월 3일 밤 통화했고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며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윤씨 쪽의 집요한 흔들기에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들에게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 '왜 검거 지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냐'고, 김형두 재판관은 곽 전 사령관에게 '왜 진술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재판관 8인의 최종 결론은 '이들을 믿는다'였다. 4일 선고에서 헌법재판소는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윤석열씨가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을 투입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고, 주요 인사의 체포를 지시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오히려 윤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114쪽 헌재 결정문 곳곳에는 이런 헌재의 판단이 새겨져 있다.
윤석열 주장에 조목조목 "믿기 어렵다... 믿기 어렵다"
곽종근의 마이크가 계속 켜져 있었기 때문에 곽종근이 피청구인의 위 지시를 받고 김현태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행한 발언들이 예하부대들로 그대로 전파되고 있었던 점, (중략) 위 지시가 없었더라면 곽종근이 갑자기 김현태와 안으로 들어가 150명이 넘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할 이유가 없는 점, (중략) 곽종근은 2024년 12월 9일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신문이 행해진 이 사건 제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44~45쪽)
피청구인이 홍장원에게 12월 3일 첫 번째 통화에서 한두 시간 후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기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건 계엄 선포 직후 재차 전화를 한 점, 피청구인이 여인형과 홍장원이 육사 선후배관계에 있어 특별히 홍장원에게 방첩사 지원에 관하여 언급했다고 하는 점, (중략) 피청구인은 처음부터 홍장원에게 계엄 상황에서 방첩사에 부여된 임무와 관련된 특별한 용건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 봄이 상당하고, 계엄 선포 직후의 급박한 상황에서 단순한 격려 차원 또는 간첩 수사 업무와 관련된 일반적 지시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49쪽)
헌재는 오히려 "홍장원과의 통화에서 언급을 주저하던 여인형이 피청구인의 전화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상황 설명을 하면서 위치확인을 요청한 사실, 피청구인이 방첩사령관 여인형, 국정원 1차장 홍장원, 경찰청장 조지호를 모두 지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실"을 강조했다. 따라서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한 김용현의 지시가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다툼이 가장 첨예했던 쟁점인 사법부 인사 체포·구금 지시를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로 표현, 보다 명료하게 정리했다. 재판관들은 홍장원 전 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의 진술, 각각 진술한 명단 대부분이 일치하는 점 등을 볼 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가 피청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의 체포 시도는 "사법권 독립의 제도적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철저히 증언을 거부했던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대신 그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던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을 신뢰했다. 조 단장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유일하게 재판관들이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으로, 그가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증언하자 윤씨 쪽 법률대리인단은 조 단장마저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급기야 정형식 재판관이 "맥락을 끊고 답을 강요하듯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질책할 정도였다.
이진우는 2024년 12월 4일 00시 40분경 제1경비단장 조성현에게 '본관 내부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였고 (중략) 조성현은 위 임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국회 경내로 들어간 군인들에게는 사람들이 없는 지역에 계속 집결해 있을 것을, 국회로 이동 중이던 후속부대에게는 서강대교를 넘지말고 기다릴 것을 각각 지시하였다. (45~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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