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교실TV로 본 중1 학생 “엄마 걱정이 사라졌다”
[현장] 서울 공립 A중 1학년 학생들의 ‘집중도 만점’ 민주시민교육 현장
“8 대 0 만장일치 스트라이크 아웃, 너무 좋아요.”
“속이 후련해요. 행복해요”
“안심하고 잘 수 있어요.”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 같아요.”
“우리 엄마 걱정이 사라져서 좋아요.”
“파면!” 선고되자 주춤하던 학생들 대부분 박수 쳐
4일 오전 11시 25분쯤, 서울에 있는 공립 A중학교 1학년 교실. 이곳에선 이 같은 학생들의 발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이 학교 진영효 교사(도덕)의 질문에 학생들이 너도나도 발표에 나선 것이다.
이로부터 3분 전인 이날 오전 11시 22분. 이 교실 TV 화면에서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이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잠깐 주춤하던 학생들 대부분이 손뼉을 쳤다.
진 교사는 표정에 변화 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다음처럼 질문을 이어갔다.
“왜 파면을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 볼 사람 있나요?”
“만일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이날 수업 제목은 ‘대한민국 계엄령 선포의 역사’였다. 학습 주제는 ‘그들은 왜 계엄령을 선포했을까?’였고, ‘성취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주된 목적을 파악하고 권력에 의해 악용된 계엄령이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어떻게 훼손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진 교사는 다음처럼 말했다.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하는 장면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여기 기자님들도 있으니 노골적으로 주무시거나 욕 날리는 것 하지 마세요. 그런 것 다 편집돼요.”
이어 진 교사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됐을 때 감정은 어땠나요?”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고 속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생일 잔치 못할 것 같아 속상했어요.”
“나라가 망했나? 우린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비상계엄이 선포됐어요.”
“너무 화가 나고 어이없고 불안했어요.”
오전 11시 정각에 맞춰, 진 교사는 TV를 켰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위헌을 한 것인지, 위헌을 했다면 어떤 위헌을 했는지 잘 들어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교실도 평소엔 한두 명이 잠을 잤는데, 그런 학생을 찾아볼 수 없다. 교실에서는 문 재판관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집중도란 잣대로 봤을 때 이날 수업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처럼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는 수업방식을 사실상 가로막고 나섰다. 일부 시도교육청이나 일부 관리자들도 교육부 눈치를 살피면서 이런 수업방식을 방해했다.
진 교사는 이날 수업이 끝내면서 학생들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오늘 여러분은 도덕이 필요한 이유를 생생하게 봤지요? 정의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직접 봤으리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일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정의를 세우고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워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른이 되어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알 수 있었을 거예요.”
“여러분이 어른이 되면...” 수업 끝날 무렵 학생들 “와~” 환호
이 말이 끝나자 학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와~”하고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진 교사는 수업이 끝난 뒤 교육언론[창]에 “헌법과 도덕적 정의를 가르치는데 오늘처럼 생생한 교육자료는 아마 당분간 없을 것으로 생각해 헌법재판소 선고 방송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면서 “이런 생생하고 의미 있는 교육자료를 수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교육부와 일부 관리자들은 교사가 수업할 수 있는 권리, 바로 교사의 교육권을 크게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08
학생들도 알고 느끼는 걸 교육부는...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