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당신의 봄은 지금 어디쯤
6,172 0
2025.04.04 18:01
6,172 0

GroaUE

[문화매거진=최여민 작가] 집은 나의 세계이자 안식처다. 낯선 세상에서 온갖 긴장감을 안고 돌아올 때마다 늘 한결같은 평온함으로 나를 감싼다. 그 잔잔함에 익숙해질수록 바깥은 점점 낯설어지고, 자연스레 집 안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계절의 변화는 어느새 창밖을 스쳐 가는 풍경이 되었고, 널뛰듯 오가는 계절 앞에서 그 변화를 느끼는 일도 어려워졌다.

그런 나에게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창틈으로 스며든 바람은 한결 부드럽고 햇살은 벽 위에 오래 머문다. 하지만 북향으로 이사한 탓인지 올해의 봄은 유난히 조용하고 낯설다. 바닥에 남은 찬 기운은 여전히 몸을 굳게 하고, 창을 타고든 햇살마저도 금세 사라진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피어난 꽃과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봄을 실감한다. 공원과 산책로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벚꽃은 거리마다 밝은 빛을 더한다. 어느새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아몬드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이제는 봄의 도착을 외면할 수 없다.

꽃잎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로 흩어지며 세상과 경계 없이 뒤섞인다. 화면을 가득 메운 꽃잎과 나뭇가지들은 봄의 존재를 부드럽게 전하며 시선을 끈다. 피에르 보나르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전통적인 원근법을 벗어나 평면적으로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봄의 기운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손끝으로 문지른 듯한 투박한 붓질은 서정적인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다. 이 작품에서 형태는 모호하게 흐려져 있지만, 색채만큼은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꽃잎 사이로 은근히 스며든 연한 파랑, 밝은 노랑, 따스한 붉은빛은 작가의 섬세한 감정을 조용히 전한다. 화면 곳곳에 남겨진 붓 자국은 계절이 흐르는 리듬을 따라가듯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기록한다. 형태보다 색과 감각을 중시한 이 작품은 따뜻한 색조와 평면적인 구성을 통해 마음의 깊은 곳으로 이끈다.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자 나비파의 중심인물이었던 피에르 보나르는 법학을 공부하다 예술의 길을 선택했고 생의 마지막 시기를 남프랑스에서 보냈다. 후기 인상주의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면, 나비파는 장식적인 표현과 상징성을 통해 감정과 상상력을 탐구했다. 보나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의 변화와 일상 속 감정을 섬세한 색채로 포착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그의 삶이 끝나갈 무렵인 1946년에 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불안한 시대였지만 작품은 자연의 생명력과 조용한 회복의 힘을 전한다. 집 창밖에 핀 아몬드 꽃을 바라보며 그린 이 그림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단단한 긍정이 담겨 있다. 혼란과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시기에도 아몬드 나무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던 봄은 북향의 창가엔 좀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기다림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올해는 거리로 나가 직접 봄을 마주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의 봄은 여전히 변덕스럽다. 갑작스레 눈이 내리거나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기도 하고, 어제의 내복이 오늘의 반팔로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도 봄은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세상은 여전히 혼란했고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몬드 나무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나무를 바라보던 보나르는 말한다. 너의 봄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1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도브X더쿠💙 [도브ㅣ미피] 귀여움 가득 한정판 바디케어 체험단 (바디워시+스크럽) (50명) 777 05.18 47,96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94,85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63,26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57,88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70,23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22,80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6,69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4 20.05.17 8,694,13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2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3,67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4624 이슈 개는 주인을 기다립니다 (눈물주의) 18:34 18
3074623 이슈 "코난으로 세대 구분하는 방법." 18:34 37
3074622 이슈 신오쿠보의 중심에서 뱅뱅뱅을 외치다 w. 내 돈생 영배 (추성훈 유튜브 태양 출연) 18:33 45
3074621 이슈 트리플에스 소속사 24인조 남돌 근황...jpg 3 18:32 335
3074620 이슈 도겸x승관 콘서트 드코가 >화이트<인 이유 6 18:30 278
3074619 기사/뉴스 "나랏돈 받아서 역사왜곡?"…'대군부인', 콘진원 지원 논란 18:29 163
3074618 이슈 의외로 굵직한 전쟁에 많이 참전했다는 나라.jpg 18:29 471
3074617 유머 마약 탐지견에 지원한 강아지..... 4 18:28 732
3074616 이슈 서강준 근황 (셋로그) 5 18:28 581
3074615 이슈 솔콘 앞두고 목소리 개짱짱한 양요섭 1 18:27 55
3074614 유머 [망그러진 곰] 돌고 돌아 집 🏡 6 18:25 650
3074613 유머 ㅅㅂ또또라는 왕자 엄청 벤츠인데 바로앞에 남편잇는거개웃 8 18:23 1,682
3074612 이슈 <취사병 전설이 되다> 박지훈 X 전소영 얼굴합 31 18:23 1,225
3074611 유머 애드립으로 가! 빨리 엄마 따라가! 하니까 진짜 아빠한테 가는 감자 진짜 캐귀엽다 4 18:22 858
3074610 기사/뉴스 [단독] 곽시양, 장기용·오정세 이어 '라인의 법칙' 합류 2 18:21 486
3074609 기사/뉴스 'JMS 정명석 성폭행' 증거인멸 도운 경찰관 징역 3년 구형 9 18:17 799
3074608 유머 토요일에도 출근한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 ㅋㅋㅋㅋ 5 18:17 1,820
3074607 이슈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 초동안 45세 강동원 출생부터 데뷔까지 풀스토리 최초공개 (춤실력, 모델 시절) 1 18:16 532
3074606 이슈 [KBO] 덕아웃에서 자기팀 감독 세레모니 따라하는 영크크 16 18:16 1,607
3074605 이슈 김세정 인스타그램 업로드 7 18:15 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