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로 지역 농업기반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그 여파가 몇 년일지 몇 십년일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북 북부지역 산불 피해자 중 한명이다. 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고향인 경북 의성에 내려와 9년간 농사를 지었다. 그는 이번 산불로 밭과 작물 등 농업기반을 완전히 잃었다. 피해 규모만 관상수 약 5200㎡, 작약 990㎡에 달한다.
산을 개간해 자두, 사과 등 여러 과일도 3300㎡ 규모로 경작했는데 역시 산불로 모두 탔다. 임야에 심어 키우던 60년 된 낙엽송까지 전부 화마에 휩쓸렸다. 5000여 그루에 달하던 관상수 피해액만 2억~3억원 수준이다. 이 또한 피해 중 일부일 뿐이어서 전체 재산 피해가 어느정도일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지역 농업 기반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마을 내 70~80대 노인들이 평생을 바쳐 일궈온 밭과 작물, 농기계 등이 다 타 사라졌다”며 “다시 나무를 심고 10년을 또 기다려 재배한다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산불은 한 개인의 재산 피해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다. 지역 농업 기반이 무너지고 농촌의 공동체가 해체되는 문제, 지방 소멸까지 이어지는 재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경북 북부 지역 산지가 검은 숲으로 변했다. 큰불은 꺼졌지만 지역 대다수 농가들은 평생 일군 농업 터전을 잃었다. 지역 농업 기반이 며칠 만에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한 마을이나 지방 단위의 영농활동 피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농산물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지면서 최소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대규모 농작물 생산 부족 사태를 부르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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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역은 사과, 자두 등 과일 생산량의 6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산지다. 이 전 장관이 사는 의성군 단일 지역만 떼어 놓고 봐도 연간 1만3000t(톤)의 자두를 생산한다. 전국 자두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의성군에선 이번 산불로 자두, 사과 등 과수원 160㏊, 기타 55㏊ 등 경작지 215㏊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최고 품질 사과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청송도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만 4500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기준 약 8000t에 달하는 생산 시설이 완전히 전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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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버섯은 물론 사과, 자두, 감 등 주요 농산물 생산이 20년 이상 올스톱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산불 피해가 단지 불길이 지난 곳에만 그치지 않아 화염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들조차 고열로 인해 줄기가 마르고, 열기로 꽃눈이 말라버린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산림당국은 화재 당시 열기는 최대 1000도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작물이 나는 나무 자체를 다시 식재하고 키워야하는 상황이다. 수십년을 다시 투자해야하는 셈이다.
서건식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버섯을 예로 들어 보면 표토(토양층에서 맨 위에 있는 토양)만 살짝 그을린 정도가 아니라 산 전체가 달궈졌을 텐데 땅속에 있는 버섯균은 거의 다 죽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문제는 소나무도 산불로 고사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버섯이 다시 자라려면 소나무가 살아 있고 땅 속 송이균이 공생을 한다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10년 안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산불로 나무가 다 죽었으면 지금 조림(어린 나무를 심어 키움)을 시작해도 복구까지 30년 이상 걸리고, 나무가 살았다고 한다고 해도 단시간 내 복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박수림,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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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떡하면 좋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