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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차주영 인터뷰 "묵묵히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이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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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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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이 바라보는 풍경은 늘 현실이 된다.

그 세계에서 차주영이 발견한 아주 사랑스럽고 견고한 빛.


이국적 풍경이 그려진 세트 앞에 앉은 모습이 잘 어울려요. 말레이시아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유타와 뉴욕에서 유학 생활까지, 낯선 도시의 삶에 익숙한 당신이죠


낯선 곳에 잘 적응하는 편이긴 해요. 그곳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서라기보다는 낯선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겁이 나도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많고, 반대로 생각보다 만만하게 봤다는 걸 깨닫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냥 해버리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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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빼앗겨 지금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있나요 

도쿄에서도 꽤 오래 지내봤는데 좋아요. 스케줄 없을 때는 대부분 도쿄에 가 있고, 워낙 자주 가다 보니 특별히 티 내지도 않아요. 가구 구경하고 맛있는 거 먹고 온종일 걷는데, 하염없이 걷다 보면 아름다운 게 많이 보이는 도시인 것 같아요. 그곳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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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이라는 긴 레이스도 마침내 끝이 났어요. 오늘은 왕후의 무게감보다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가득했어요 

원래 에너지가 없는 사람인데…. 현장에서 다 끌어 쓰고 집에 가면 기절합니다. 사람들과 분위기를 꽤 타는 편이거든요. 오늘 현장에 계신 분들이 너무 좋아서, 저도 조금은 신나서 더 잘해보고 싶었나 봐요. 지금 <원경>을 떠올리면 한두 마디로 가두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일어요. 


왜 그럴까요 

글쎄요. 저도 이렇게 못 보내는 작품은 처음이라…. 모니터링 목적이 아니면 제 작품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원경>은 보고 싶지만 보면 울컥할 것 같아서 여전히 못 봐요. 누군가에게는 주책이나 유난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저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설명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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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왕후는 조선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이죠. 배우, 특히 여성 배우에게는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과 같은 여성을 연기하는 것이 상당히 의미 깊은 일이라지요. 그 인물을 쉽게 만나기도 힘들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당신에게는 꽤 이르게 찾아왔네요

일부 자료만 존재하는 실존 인물에 제 감정을 덧대 재창조해 본 경험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며 마주하기 힘든 기회일 거예요. 이렇게 빨리 올 줄도 몰랐지만 정말 ‘일대기’를 그릴 줄도 몰랐습니다(웃음). 대본 일부만 본 상태에서 임했기에 원경의 10대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생애를 표현하게 될 줄 말이에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을 탈탈 털어 소진했습니다. 아쉽고 부족한 면도 있지만, 한 인물의 삶에서 제가 건드려볼 수 있는 희로애락을 모두 건드린 것 같아요. 어떻게 해도 흉내만 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지만, 어느 지점부터 저도 모르게 푹 빠져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원경이라는 여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극중 나이든 원경은 남편 이방원에게 “그간 임금 노릇 하느라 애쓰셨습니다”라고 말해요. 촬영 당시에는 그 대사를 제대로 내뱉지도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저 자신에게 그리고 원경왕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습니다. “사느라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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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데뷔작에서는 원경과 전혀 다른 여성을 연기하더군요. <로비>에서 골프장 대표의 아내 ‘다미’로 분해 역대 가장 흐트러진 모습을 선보인다니,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차주영다운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웃음) 

극장에 앉자마자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쩌다보니 점점 이상한 여자였고, 이상한 여자이고, 이상한 여자를 연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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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로비라는 재미난 소재도 한몫했지만 “연기하며 놀러 가는 기분은 처음”이라고 할 만큼 현장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면서요 

우선 하정우 감독님만이 표현 가능한 장르성과 제작진, 어떻게 모였나 싶은 배우진과 작업이 흥미로웠어요.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었달까요. 역시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고, 현장에서는 마냥 예쁨과 귀여움을 받으며 선배님들 연기하는 거 구경했어요. 


차주영에게는 왜 여자 ‘덕후’가 많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웃겨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하하. 그런가요? 제 주변에는 웃기려고 애쓰는 게 티가 나기보다 존재 자체가 위트 있는 분이 많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좋거든요. 개인적으로 ‘꾸미지 않는다’는 것과 ‘웃긴다’는 것을 동의어로 봅니다. 그것도 ‘깔깔깔깔’ 터져 나오는 것보다 돌이켜봤을 때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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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여성인가요? 무던하고 무감한 편이라지만, 오늘 보니 꽤 정열적인 사람 같거든요 

정열이라는 말 좋은데요? 정열은 확실히 있지만, 그게 길지는 못해요. 지구력이 약해서 짧고 굵게 정열이 차올랐다 나가죠(웃음). 차가워 보이고 싶다거나 차가운 척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정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사람들과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을 엄청 사랑하거나 자기애가 넘치지도 않거든요. 그냥 좀 귀찮은 게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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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차주영이 좋아하는 여성은 

굳이 자신에게 취해 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 자기 것에 이런저런 설명을 보태기보다 묵묵히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이 멋있어요. 보통 저보다 훨씬 밝고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성향과 친해지는 것 같긴 합니다. 그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친한 동료인 임지연과도 만나면 안주만 스무 그릇 먹는다죠? 오늘 <엘르>와 한잔 기울인다면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여기 오면서 이상하게 골뱅이탕을 떠올렸어요. 이쪽 사거리 어디에 유명한 집 있는데, 아시나요? 왕소라만 한 골뱅이를 내주는데 그게 불현듯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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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주영의 취미는 “너희만 핸드폰 있냐!”며 마중 나온 팬들인 ‘꾸꾸’들의 모습을 찍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그저 일상에서 제 친구들 찍듯 팬들을 찍는 거예요.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제 팬들은 당연한 존재가 아니에요.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공유하는 좋은 기억과 추억, 그 온도와 습도를 남기고 싶은 찰나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배우는 생애 처음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서 ‘스스로’라는 방점이 지닌 힘은 얼마나 큰가요

생각보다 무게감 있고,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해요. 선택으로부터 파생된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니까. 누구 탓도 할 수 없고요. 그러니 어려움에 부딪혀도 방법은 자신만 알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를 가볍거나 함부로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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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점점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이 드나요 

지금까지 계속 시도해 왔고, 비록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너무나 잘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두렵고, 무섭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다음 작품도 엄청난 고민과 시간을 할애해서 만들어나가야 하고, 저는 늘 물음표를 갖고 현장으로 향할 거예요. 


도망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발걸음을 붙잡나요 

저는 지금도 사실 매일매일 도망가고 싶은데요. 도망가는 버릇이 들면 안 돼요. 발붙이고 해야 할 거 해야죠. 요즘 일상 루틴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신경 써요. 그래야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귀찮음을 극복하고, 특별하진 않더라도 나를 위해 해주는 일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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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그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TV를 분해한 적 있다는 일화를 얘기한 적 있어요. 왜 그랬나요 

그땐 정해진 시간에만 TV를 볼 수 있었거든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영화를 보면 ‘나도 저기서 같이 놀고 싶은데’ ‘저 세상에 있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해 미칠 것 같았거든요. 엄마가 잠깐 아래층에 다녀오는 사이에 말 그대로 조그만 탁자 위에 올라가 TV 덮개를 벗기고 버튼을 돌리며 뚝딱뚝딱 해부해 보려고 했어요. 이 사실을 엄마가 알고 정말 난리가 났죠. 정말 그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면 믿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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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분해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저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궁금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북극이나 사막도 궁금하고, 어려운 우주 같은 곳들, 인적이 없는 곳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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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탐험가네요. 다채로운 얼굴 덕분에 당신의 존재가 각인될수록 대중은 “그때 그 캐릭터가 차주영이었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차주영은 다채롭게 자신을 탐험하는 중인가요 

평생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차주영 없이 배우 차주영만 세상에 존재하면 좋겠다고도 생각해요. 이번 기회에 유튜브나 화보 등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스스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 보고 있는데요. 한때 나라는 사람은 머무르기도 하지만 변화하기도 하는데 실제 제 모습이나 특정 이미지로 비쳐지는 게 배우 활동에 장점이 될 것 같지 않아서 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활동이 너무 즐거워서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작품 속 인물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훨씬 커요.



https://www.elle.co.kr/article/1879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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