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범죄,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에
막대한 피해 입혀
그루밍 성범죄는 평소 믿고 따르던 사람이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가해자가 처음부터 악인의 얼굴을 하고 접근하지 않기에 충격이 배가 되고, 사람의 신뢰를 이용한 성범죄이기에 죄질이 더 나쁘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해 온 권현정 소장은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향해 양가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 피해가 크다고 했다.
평소 믿고 따르던 존재가 성폭력을 가하면 피해자는 양가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그루밍 피해자는 가해자가 이전에 잘 대해 준 부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당하면 그렇게까지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루밍에 의한 경우, (가해자를) 믿은 만큼 크게 상처받고 혼란스러워한다. 가해자를 신고하고 처벌받게 할 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때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성적 학대가 일어나지 않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환심을 사는 행위에서 성적 행위로 가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피해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배승민 교수(가천의대 정신건강의학과)는 "나쁜 사람인 줄 뻔히 알면 잘 당하지 않는다. 가해자는 여러 책략(선물, 감언이설, 미래 계획 등)을 총동원해 피해자를 속이려 한다. 그루밍 과정에서 가해자가 계획한 긍정적 상황에 여러 차례 노출되고 이런 좋은 기억이 쌓이면 (성적 행위가 발생해도) 즉각 대응하기 힘들다. 대다수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알고도 가해자의 행동을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광범위한 정신적 타격을 입힌다. 배승민 교수는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을 "영혼의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성인기에 입는 외상은 인격을 손상시키지만, 아동기에 입는 외상은 병적인 상태로 인격을 발달시킨다. 즉 뇌 발달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아 발달 축이 훼손된 채 성장하게 된다. 외국의 한 연구는, 장기간이 지나도 피해자에게 자살 위험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로 남아 있다는 걸 보여 준다"고 말했다.
[출처: 뉴스앤조이] [길들이는 목회자들①] '그루밍'이란 무엇인가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5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