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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물·전기·통신 모두 끊겨… “6·25 때로 돌아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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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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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청송 피해 마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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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지품면. 지난 25일 산불이 덮쳐 전기 공급이 끊기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곳이다. 통신도 마비됐다. 불길에 정수장과 변전소 등이 불탔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어서자 휴대전화에 ‘네트워크에 등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떴다.

면사무소에 가니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직원들이 한 손엔 손전등, 한 손엔 펜을 들고 산불 피해 신고서를 쓰고 있었다.

컴퓨터, 프린터는 전부 꺼졌다. 한 직원이 가스 버너로 물을 끓여 커피를 내왔다. 면사무소 직원 A씨는 “산불이 들이닥쳤지만 아직도 집에 있는 주민이 꽤 된다”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라도 남아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사 통신망이 마비돼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마을 이장들이 일일이 면사무소를 찾아와 “우리 동네는 산불이 다 꺼졌다”고 보고했다.

마을의 작은 소방서인 119지역대는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직원 B씨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보건소도 문을 닫았다. 전산망이 불통이 돼 약을 처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품면 보건소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영덕군 보건소로 가라고 안내만 하고 있다”며 “급한 환자라도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농협 마트는 셔터 문을 내렸다. ‘전력 차단으로 점포 및 마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쓴 종이만 붙어 있었다. 거리 우체통에도 ‘산불 확산으로 우체통 수집이 중지됐다’고 쓴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지품면 신안리에 사는 김영락(73)씨 부부는 전기가 끊겨 쌀쌀한 방 안에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다. 김씨는 “어제도 잠바를 입은 채 이불 여러 채를 덮고 잤다”며 “안 그래도 앞이 잘 안 보이는데 밤에 불도 켤 수 없으니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고 했다.

신안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현숙(58)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 다 녹거나 상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다시 장사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에선 아파트 222가구가 물 없이 살고 있었다.

윤대근(66)씨는 “물이 안 나오니 요리를 할 수가 없다”며 “일회용 버너와 생수를 사와서 컵라면만 삼시 세끼 먹고 있다”고 했다.

단전이 된 청송군 신기 1리 마을에선 그을린 전신주와 녹아내린 송전선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최상순(84)씨는 “6·25 때 집에 전등이 나갔는데 지금이 그때랑 똑같다”며 “냉장고 음식도 상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불탄 마을에도 조금씩 희망은 보였다.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영양군민회관 앞엔 자주색 푸드트럭 한 대가 문을 열었다. 영양군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최민우(53)·석유진(60)씨 부부가 차를 몰고 온 것이다. 붕어빵을 굽고 어묵을 끓여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내놓고 있다. 최씨는 “이재민 대부분이 단골손님들이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 대피소인 안동체육관에선 한의사 4명이 무료 진료에 나섰다. 한의원 문을 닫고 나왔다. 한의사 권도경(53)씨는 “침이라도 놓아 드리면 위로가 될 거 같아서 동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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