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죽어가는 기분이에요. 보형물을 제거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요."
가슴 보형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지만 정식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영국 여성의 사례가 전해졌다.
가슴 확대술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일컫는 가슴 보형물 질환(Breast Implant Illness, BII)으로, 이 여성 처럼 최근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BII를 의학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BII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 미러가 BII 실체에 대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연 속 57세의 한 여성은 20년 전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유방 종양 제거 후 가슴 재건 수술을 받았고, 이후 점차 몸 상태가 나빠졌다. 극심한 피로와 통증, 불안을 호소하며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원인을 알지 못하다 최근에서야 가슴 보형물 질환, 즉 BII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자신의 증상이 이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알게 됐다.
그는 "기억력도 나빠지고, 온몸이 쑤셔서 걷기도 힘들다.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니, 아무도 제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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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기관 공식 사이트(Breastcancer.org)에 따르면, BII는 가슴 보형물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포괄하는 용어로, 현재 공식적인 의학적 진단 기준은 없다. 이제까지 환자들로 부터 보고된 증상들은 상당히 일관된다. 대표적으로 △만성 피로, 관절 및 근육통 △브레인 포그(Brain Fog)로 불리는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불안과 우울 증상 △피부 발진, 면역 기능 저하, 소화 문제 등이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BII가 면역 반응 또는 염증 반응과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특정 체질의 사람들이 보형물에 포함된 성분이나 구조에 반응해 만성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BII는 보통 유방 확대 수술에 이용되는 보형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파열 여부와도 무관하게 발병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보형물 수술 직후 증상을 경험하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야 이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영국 미용성형외과학회(The British Association of Aesthetic Plastic Surgeons)는 "보형물과 전신 질환 간에 입증된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역설적으로 BII를 자가 진단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보형물 제거 후 증상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다.
BII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보형물을 제거한 후 증상이 호전됐다는 증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료계가 이제 BII를 단순한 심리적 요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연구와 치료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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