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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진화론 부정하고 혐오 가르치는 학교? 개신교 대안학교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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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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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들에게 은혜를 더하셔서 다음 세대 하나님 나라의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여 일하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훈련되어,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종교·교육의 리더로 서게 하시고, 의로운 재판관도 나오게 하시고, 정직한 언론인도 나오게 하시옵소서. 지금 우리나라가 공교육의 어려움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내지 못함으로 혼란이 왔습니다.”





3월4일 오전 11시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본당에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입학식 및 개교식이 열렸다. 입학식은 기도로 시작됐다. 양동순 장로의 기도에 손을 모은 사람들의 입에서 동시에 ‘아멘’이 터져 나왔다. 여느 학교 입학식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 예배당 앞줄에는 손현보 목사를 비롯해 지역구 의원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이종환 부산시의회 부의장,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김주홍 강서구의회 의장 등이 자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입학식 시작 전 대형 화면에서는 세계로교회가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집회 영상이 나왔다. 영상 속에서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민주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같은 구호가 반복됐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1기 입학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중등과정 78명과 초등과정 110명으로 모두 188명이다. 설교에 나선 손현보 목사가 연단에서 내려와 마이크를 학생들 쪽으로 건넸다. “우리 역사 속에 존경하는 사람 있어요?” 마이크를 받은 학생이 대답했다.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이어지는 다른 학생들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달아 마이크를 건네받은 학생 7명 가운데 2명(이순신, 세종대왕)을 빼고 나머지 학생들은 짠 듯이 이승만의 이름을 말했다. 학생들이 대답할 때마다 예배당 곳곳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손 목사는 연단으로 돌아가며 만족한 듯 말했다. “그래, 그래. 이승만 학교에 온 사람들이니까.”

학교 이름에 붙은 ‘우남’은 이승만의 호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개교를 준비하며 낸 교사 채용 공고를 보면 제출 서류 중 하나로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견해 및 독후감(A4 용지 3장 내외)’이 있다. 이날 설교에 따르면 손현보 목사에게 이승만은 “한국 위인들이 했던 모든 일을 다 모아도 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박정희를 통해서 이런 자유와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지도자를 기르는 것이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목표라고도 말했다.

손 목사는 입학식에 모인 학생들에게 “지금은 잘 모르고 부모님 따라왔지만 (···) 1~2년만 지나면 생각과 학문적 지식이 다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학생 대표로 연단에 선 학생들의 선서에서도 이승만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과 같이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 부흥과 성장, 그리고 통일 한국을 위한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데 힘쓰겠습니다.”



개신교 대안학교 313곳으로 늘어



초대 교장을 맡은 하화주씨는 “성경적 진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 건전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하나님의 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약속하며 그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전히 증거하고 전도하는 하나님 나라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서울 반포고등학교 교감 재직 당시인 2020년 1월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의 징계 기록을 삭제한 사실이 2023년 알려지며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인물이다.

해당 가해자는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려고 했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로, 이후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정 군 졸업 직전 학내 학교폭력 기록삭제 심의기구를 열어 정 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강제전학’ 조치 내용을 삭제한 하씨(당시 반포고 교감)는 2023년 4월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 군이 이전 재학 학교에서 행한 학폭 가해 정도를 검토하려 했으나) 개인정보이고 비밀엄수 조항에 속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 당시 담임교사의 의견서 등을 참조해 강제전학 조치를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손현보 목사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18년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 개신교는 ‘1교회 1학교 운동’을 비롯해 지난 20여 년간 개신교 대안학교 운동을 꾸준히 일궈왔다. 2000년 ‘기독교대안학교협의회’가 설립돼 홈스쿨링과 대안학교 운동을 펼쳐왔고, 2005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이 출범했다. 연맹은 대안학교 법제화 TF를 구성해 대안교육기관법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며 등록 대안교육기관도 법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 손 목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법을 바꿔 미등록 대안학교도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입학식에서도 “2년 안에 국가로부터 학비를 다 보조받게 될 것”이라며 학부모들을 안심시켰다.

2024년 10월 기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17개 시도 교육청에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259곳이다. 학생 수는 1만1772명, 교직원은 4583명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약 400개로 파악된다. 이 중 개신교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 통계는 없다. 그러나 짐작해볼 수는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2006년부터 5년마다 진행하고 있는 개신교 대안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43곳, 2011년 121곳, 2016년 265곳, 2021년에는 313곳이었다. 학교 설립의 주체로는 교회(56.9%)가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의 학교가 조사 당시 미인가(92%)였지만, 2022년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일부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다. 조 의원은 2월21일 ‘대안교육기관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나온 이야기 중 주목해서 봐야 할 내용이 교육 바우처다. 현재 공교육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교육청으로, 교육청이 각 학교에 분배하는 방식이라면, 교육 바우처는 학생 개개인에게 교육 자금을 직접 지원해서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도록 바꾸자는 내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평생교육 바우처 제도를 활용해 그 지원 대상에 대안교육기관을 포함시키는 간접 지원도 논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 의원이 2024년 7월1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한 질의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 의원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떤 학교에 다니든지 차별받지 않는 게 맞지요?” “대안학교 다니는 게 죄입니까?” 조 의원은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근거로 “대한민국 예산은 공교육을 받는 아이에게만 써야 하는 헌법적 원칙이 있느냐”라고도 따져 묻는다.

대안학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조 의원은 2월1일 부산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월2일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 연설에서 조 의원은 말했다. “조정훈의 정치 기준은 한 가지입니다. 그 한 가지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창조 질서입니다.”

조 의원이 2024년 9월23일 명지대 교육미션센터 설립 기념 포럼에 참석해 한 발언 역시 조 의원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구가 줄어들고,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초중고도 마찬가지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알곡과 쭉정이가 갈리는 시대가 됐다. 교육이 사양산업이 된 이때야말로, 신앙인들이 교육에 진지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 정치인으로서 두 가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대안학교 자율성 강화 및 예산 지원이다. 사립학교에 준하는 교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 다른 하나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 자율성 복원이다. 기독교 사학 교원을 임용하면서, 신앙이 있는지 묻지 못하는 것은 너무 나갔다. 기독교 교육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

이주헌 성남 바른교회 목사는 교육이 한국 교회가 발견한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교회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공교육에 포함된) 사학을 비롯해서 대안학교까지 교육 바우처 제도를 사용하면 교세가 줄어도 장기적으로 먹고살 길이 열리는 거다.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교육을 발견했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비롯해 일부 개신교가 교육을 통해 세우려는 ‘하나님의 나라’ ‘기독교 국가’는 어떤 나라일까. 손현보 목사는 지난 2월18일 서울 왕성교회에서 열린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북한에 빗대 그와 비슷한 ‘기독교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김일성은 위대하다’라고 배우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성경에 입각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이걸 아동학대가 아니면 무어라 부를까”



개신교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기도 했던 이주헌 목사는 이들이 말하는 기독교 교육이 주장하는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1.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는다. 2.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3. 반동성애를 가르친다.’ 이 목사는 대안학교의 이름으로 오히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수가 공산주의자에게 못 박혔나? 우리 아이들이 창조과학(진화론을 비롯해 진화학·지질학·천문학 등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유사 과학)을 말하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나가야겠나?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다양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를 만들고 있다. 이걸 아동학대가 아니면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유독 이승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는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공동대표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성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학교 이름에 ‘우남’이 들어간다. 이승만 학교라는 이야기 아닌가. 공과 과를 같이 배워야 하는 것이 교육인데, 어떤 인물을 절대시하는 것은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세운 공립 대안학교 ‘오디세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정 공동대표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교육도 신앙도 주입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다. 학창 시절은 주체성과 사고력을 기르는 정말 소중한 시기인데,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낙오자를 기를 것인가? 왜곡된 신앙을 주입해 일시적으로 홍위병이나 ‘우파의 전사’를 기를 수야 있겠지만,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08/0000036381?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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