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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눈빛까지 통제하는 일터, 28살 툴시의 꿈은 절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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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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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어 시험 응시장에서 친구를 사귈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그 친구들과 한국 땅을 함께 밟았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가족도 돌보고 사업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8살 네팔 청년 툴시 푼 마가르(이하 ‘툴시’)는 끝내 그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2025년 2월22일 전남 영암의 ‘ㅇ축산’에서 툴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동료들은 툴시가 사장과 팀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툴시가 죽기 전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ㅇ축산을 떠났다. 사업주에게 폭행당한 같은 회사 노동자가 이직했고, 고용센터 신고도 있었다. 그러나 후속 조처는 없었다.


2월24일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이 사업주에게 항의하러 ㅇ축산을 찾았다. 피해 증언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 네팔 주요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제야 사업주는 이들을 놓아줬다. 고용노동부는 3월12일 ㅇ축산을 근로자 폭행과 임금체불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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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시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유명한 네팔 도시 ‘포카라’ 출신이다.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각종 서류를 준비해 한국에 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툴시는 밝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말도 잘했어요. 툴시를 떠올리면 웃는 얼굴이 제일 먼저 생각나요.” 툴시의 네팔 친구 티카람이 말했다.

툴시는 2024년 8월 ㅇ축산에 입사했다. 돼지 3천여 마리를 키우는 대형 축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노동 강도와 괴롭힘이 상상 이상으로 심했다. “3개월 만에 체중이 7~8㎏ 줄었어요. 암퇘지 80마리를 다른 데는 35명이 하는데 여기는 14명이 다 했어요. 사장은 ‘쪼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분뇨 청소도 다른 농장은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우리는 1시간 안에 다 해야 합니다. 뛰어다니면서 일했어요. 걸어다니면 (팀장이) 사장한테 일러서 혼나게 했습니다.”(고겐드라)

괴롭힘의 주축은 사장과 그를 돕는 네팔인 팀장이었다. 직원들은 일할 때도 상습적으로 불려가 폭언을 당하거나 멱살을 잡혔다고 했다. “맞아도 아무 이야기 못했어요. (사장이) 말을 못하게 만들었어요. 창피하기도 해서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장이 툴시를 사무실로 불러 보드마카로 배를 찌르는 행동을 했어요.” “밥 먹는데 팀장이 툴시를 혼내면서 ‘툴시 날 봐. 밥 먹지 마’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자주 그럽니다.”


노동부는 ㅇ축산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월 4회 휴무 중 1회만 쉬게 하거나, 야간노동을 시키면서 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노동자 진술을 확보했다.

툴시는 회사 적응을 힘들어했다. “회사 들어온 지 열흘쯤 됐을 때 툴시가 ‘너무 힘들다, 이 회사에서 일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 뒤로도 한 번씩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까’ ‘나갈 수 있을까’ 말하곤 했어요.”(티카람)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부당 처우를 당하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증하는 건 노동자 몫이다.

툴시도 고용센터에 전화해 피해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거가 있냐. 그냥은 (사업장 변경이)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노동 통제가 심한 일터에서 증거를 모으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회사 들어갈 때 주머니에 뭐 있는지 다 뒤지고, 휴대폰은 아예 못 갖고 들어가게 합니다.” “매일 감시당하니까 아는 사람한테 문자 보낸 것도 바로 삭제합니다. 증거가 없어요.”

2024년 10월, 동료 노동자가 사장에게 폭행당해 사업장을 옮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 흘리는 영상까지 있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합의 종결됐다. 사장은 1시간 넘는 조회를 하루 3차례씩 열어 노동자 잘못을 질책하곤 했다. 저녁 조회는 밤 9시 넘어 퇴근하고도 열렸다. “일하는 시간보다 조회시간이 더 길었다”고 노동자들은 말했다.


사건 사흘 전인 2월19일 아침엔 툴시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새벽 4시30분부터 공장 출하장에 출근해 일하던 참이었다. 툴시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자 회사 관계자들은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서 돌아와서도 툴시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자 사장은 ‘네팔로 돌아가라’ ‘연기하는 거다’라고 큰 소리로 툴시를 비방했다고 한다. “사장님이 ‘전에 있던 형·누나들도 쓰러지고 한두 시간이면 상태가 괜찮아져 바로 일했다. 너(툴시)는 하루 쉬었는데도 (아프다고) 연기하고 있다’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리고 ‘네팔 가라’고 여러 번 말했어요.”

툴시는 홧김에 ‘알겠다’고 답했던 듯하다. “사장님이 툴시에게 ‘네팔 가겠냐’고 물으니 툴시가 ‘여기서 맨날 욕하고 혼내니 본국 돌아가겠다’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비행기표를 끊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케시가 말했다.


사장은 툴시와 몇몇 노동자를 데리고 오후 4시께 목포 버스터미널로 떠났다. 그러곤 목포의 한 모텔에서 인천공항행 버스표와 네팔행 비행기표를 꺼냈다. 

“사장이 비행기표를 줘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네팔 안 간다’고 했어요. 툴시도 ‘여기서 일하겠다’고 했고요. 그러자 팀장이 ‘이렇게 사과하면 안 된다, 네팔에서처럼 무릎 꿇고 사과해야 사장이 용서해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바로 그렇게 (절)했습니다.”(라케시)

많은 이주 노동자가 극한의 노동환경을 견디며 귀국을 미룬다. 한국의 고용허가제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이다. 툴시도 4년을 기다려 겨우 한국에 입국했다. 수개월 만에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이런 이주 노동자의 사정을 악용하는 사업주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500명 요청하면 (네팔에선) 5천 명 넘게 시험 보거든요. 오래 기다려서, 고생해서 왔는데 온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여기서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온 거니까.” 티카람이 말했다.


2월21일 아침, 팀장은 ‘모두 앞에서 사과하라’고 툴시에게 재차 요구했다. 사장은 ‘됐다’고 했지만 툴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표정이 엄청 안 좋았어요. 온갖 안 좋은 생각을 한 것처럼. 마음에서부터 뭔가를 좀 생각한 것처럼.”

그날 툴시는 하루를 꼬박 채워 일했다. 평소처럼 동료들과 저녁을 먹었고 밤 10시 ‘저녁 조회’를 마치고도 잔업을 했다. 왜인지 그때쯤 툴시는 웃고 있었다. “(이제) 그렇게 억울한 거 없고 다른 날보다 좀더 웃고 다녔고 표정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날은 다른 날이랑 달랐습니다. (툴시가) 웃으면서 활발하게 작업했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변한 것이었습니다.”


2월22일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한 노동자가 회사 건물 근처에서 통화하다 무심코 시선을 올려다봤다. 거기 툴시가 있었다. 이미 숨진 뒤였다. 

동료들은 툴시의 선택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너무 마음 아프고 슬펐”고 “내 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 차례는 우리가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툴시의 선택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들은 ㅇ축산을 ‘교도소’라 불렀다. “거긴 교도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앉는 자세, 눈빛, 말투까지도 거기서 하라는 대로 해야 했어요. 교도소에도 ‘이런 법은 없겠다, 그 안에도 내 자유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티카람이 말했다. 그들은 안식처에 머물 때도 누군가 문을 열면 일제히 일어나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오랜 기간 훈련된 제스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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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24명의 노동자가 ㅇ축산을 퇴사했다. 이 사업장 최대 고용 인원(40명)의 60%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개입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툴시의 죽음 후에야 ㅇ축산을 떠날 수 있었다.

현지 언론 칸티푸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숨진 네팔인은 85명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자살 사망이지만, 극히 일부만이 한국 사회에 알려진다.


https://naver.me/Fmf0Ym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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