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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용암처럼 덮쳐… 산불 진화 베테랑도 역풍에 당했다

무명의 더쿠 | 03-24 | 조회 수 19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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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마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21일부터 사흘째 이어진 산불에 마을 주변 산은 죄다 새까만 민둥산이 됐다. 집들은 폭격을 맞은 듯 무너졌다.

김원중(54) 외공마을 이장은 “전날 오후 1시 30분쯤 마을 뒷산에서 시뻘건 불길이 용암 쏟아지듯 내려왔다”며 “급하게 주민들을 대피시켰는데 10분 뒤 산불이 마을을 덮쳤다”고 했다.

근처 중태마을은 논밭까지 불탔다. 주민 손경모(67)씨는 “아끼던 감나무밭이 싹 다 불에 탔다”며 “동네가 용암 구덩이에 들어간 줄 알았다”고 했다.

헬기 32기와 진화 인력 2452명이 분투하고 있지만 이날 오후 10시 현재 진화율은 71%에 그쳤다.

22일 오전 진화율은 75%를 향해 상승하고 있었다. 현장 대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도깨비 바람’ 때문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했다. 오후 들어 갑자기 풍향이 서풍으로 바뀌었다. 산꼭대기 쪽에선 초속 15m 안팎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소방 관계자는 “불똥이 600~800m를 날더니 동쪽 산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진화 작업을 하던 창녕군 진화 대원 9명이 불 속에 고립됐다. 그중 4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창녕군 관계자는 “경력이 많은 베테랑 진화 대원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다”고 했다. 산불 피해 면적은 22일 낮 12시 275ha에서 오후 10시 847ha로 3배가 됐고, 진화율은 25%까지 떨어졌다. 23일 오전 바람이 잠잠해졌지만 이번에는 뿌연 연기와 안개 때문에 헬기가 뜰 수 없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은 경사가 급한 데다 건조하고 뜨거워 마치 드라이기 안과 비슷하다”며 “공중에서 물을 뿌리는 헬기의 역할이 중요한데 애가 탔다”고 했다. 헬기는 오전 9시가 지나서야 다시 투입됐다.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의성군 안평면에서 만난 김민수(51)씨는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삽시간에 마을을 덮쳤다”며 “집문서만 겨우 챙겨서 나왔는데 집이 완전히 불타버렸다”고 했다. 의성군에 있는 사찰인 운람사도 불탔다. 한국전력은 의성 산불 현장 근처의 송전탑 55기 중 20기의 운영을 중단했다. 울주에선 산불이 송전탑 주변으로 번지면서 출동한 헬기가 불을 끄지 못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이재민 2260여 명이 발생했다. 대피소가 차려진 산청군 단성중학교 체육관에선 “아이고 비도 안 오는데 저 불을 어떻게 끄겠노”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이들에게 산불은 악몽 같은 일이었다. 박영화(70)씨는 “칠십 평생 이런 불은 처음 본다”며 “불씨가 도깨비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더라”라고 했다. 조쌍규(71)씨는 “집 앞에 개울이 있어서 불을 막아줬다”며 “죽은 목숨이었는데 겨우 살았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9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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