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배효주 기자] 4년 만에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 '승부'. 이병헌이 이대팔 가르마도 불사하고 대한민국 바둑기사의 전설 조훈현 9단의 얼굴로 변신한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유아인 역시 제 몫을 해냈다.
3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는 90년대를 배경으로, 세계 최고 프로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9단이 바둑 신동 이창호를 제자로 맞아들이고, 그로부터 충격적인 패배를 맛본 후 다시 정상에 올라서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승과 제자인 두 사람이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병헌은 당시 조훈현의 이대팔 가르마 헤어스타일은 물론, 패션과 다리 떠는 습관까지 복사하며 인물 그 자체로 분했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의심할 바가 없는, 배우로서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에 올라있다는 것도 조훈현과 비슷하다. 결승에 올라오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이창호를 짐짓 과소평가했지만, 그런 제자에게서 몇 번이나 패배하며 무너지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도 이병헌만이 가능해 보인다. 어린 제자를 질투하고, 그의 노트를 훔쳐보다 들키는 다소 소인배적인 면모도 이병헌을 통하니 밉지 않고 그 마음이 이해된다.
이병헌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한 명의 주인공, 유아인이 있다. 어린 이창호는 아역배우 김강훈이 맡았는데, 어린 이창호에서 성장한 이창호로 유아인이 첫 등장할 때는 '유아인은 유아인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약 투약 혐의로 인해 영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고, 무려 촬영 종료 4년 만에 영화가 개봉하는 역대급 민폐를 끼치게 됐지만, 바둑돌을 쥐고 뚱한 표정으로 고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면 유아인을 대체할 만한 배우가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익숙한 바둑 용어들이 등장하고, 설명도 친절해 바둑을 전혀 알지 못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러닝타임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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