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애인이나 전(前) 애인에게 살해당하는 ‘교제 살인’ 범죄에 대해 경찰이 전수(全數)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런 범죄 유형을 경찰이 전수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벌어진 교제 살인 범죄의 현황을 파악해 관련 범죄 대응 정책 수립에 참고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최근 3년 치 법원 형사 판결문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 교제 살인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을 추려서, 범행 전조와 ‘트리거(결정적인 원인)’로 나타난 범행 동인, 처벌 수위 등을 전부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일방적으로 교제를 요구하는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 범죄를 조사 대상에 포함할지는 검토 중이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사건의 ‘피해자·가해자’ 관계가 ‘연인·전 연인’인 것을 ‘교제 관계’로 보고, 매월 수기 취합을 통해 범죄 통계를 관리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집계하는 범죄 유형에는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주거침입만 있고 살인 범죄는 따로 취합하지 않았다. 가정폭력처벌법상에 나열된 범죄 유형으로만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내부 정보망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서는 교제 살인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로 ‘통계 공백’에 있는 교제 살인의 규모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살인(미수 포함) 피의자 778명 가운데 71명이 전·현 연인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 범죄자 10명 중 1명은 만나고 있는 애인이나 헤어진 애인을 죽이거나 죽이려 한 것이다. 이 중 29명이 실제로 목숨을 잃었고, 52명은 미수에 그쳐 살아남았다. 살인을 제외한 교제 폭력 범행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7만790건이었던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3년 7만7150건, 2024년 8만839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229건의 교제 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교제 폭력 검거 인원도 2022년 1만2828명, 2023년 1만3921명, 2024년 1만4700명으로 증가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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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cccv@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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