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사회…26일 개봉
선의의 피해자지만 완성도 아쉬워

“솔직히 말해서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사건이었죠. 배우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잘못을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주 감독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승부’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유아인으로 인해 공개가 오랫동안 미뤄진 것에 관해 “마음 같아서는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 영화는 평생을 승리만 알고 살아온 프로기사 조훈현이병헌 분이 아끼던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운명적 대결에서 패배를 경험한 후, 타고난 승부 근성으로 좌절을 딛고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 2020년 말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4월 크랭크 업했지만, 후반 작업 과정 중 극장 개봉이 무산됐고 결국 2022년 12월 넷플릭스로 공개 플랫폼이 변경됐다.
특히 2023년 2월에는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불거지며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영화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촬영 종료 4년 만에 비로소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4종을 총 181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 정을 44회 불법 처방받은 혐의도 함께 받는다. 1심에서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1심 선고 후 지난해 10월과 11월, 올 1월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하고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조훈현 역의 이병헌은 “유아인 씨와는 첫 호흡을 맞췄는데, 생각보다 과묵한 후배였다”며 “현장 리허설에서도 매우 진지했다. 덕분에 나도 신Scene에 빠져드는 게 용이했다”고 회상했다.
《리뷰》
‘유아인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는 시선이 따르지만, 안타깝게도 완성도는 그와 별개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우선 제목처럼 조훈현, 이창호의 승부가 정점이 돼야 했으나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조훈현 패배 이후의 서사는 마치 에필로그처럼 흘러가고, 극은 동력을 잃는다.
천재 소년의 성장기이자 전설과 천재의 대결 서사로도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선이 단조롭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창호는 스승을 꺾고도 내내 미안해하는 데 머물고, 조훈현은 “쿠데타”를 일으킨 제자라는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 단순히 1등 자리를 빼앗기고 고뇌하는 자로만 그려진다. 조훈현과 이창호 중 누가 중심 인물인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이 지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김 감독은 “무게 추는 조훈현에게 가 있지만, 둘의 대결과 성장담인 것도 맞다”며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이병헌과 유아인은 분장만 그럴듯할 뿐 전에 봤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이병헌은 진지하면서도 가끔 장난기 섞인 연기를, 유아인은 말을 머금다가 불규칙적으로 내뱉는 방식을 내내 반복한다. 그중에서도 이병헌의 연기가 유독 빛이 바랜 것은 단조로운 연출의 영향도 크다. 다만 몇몇 유머 코드, 이를테면 조훈현의 “선생님이 팔팔해서 좋겠구나”라는 말에 꼬마 이창호가 “가는 데 순서 없어요”라고 받아치는 장면 등은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언론시사회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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