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란사태와 관련해 최근 북미 지역 대학 한국학 연구자들이 잇따라 성명서를 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차례 성명서 발표에 주요 역할을 한 미시간대 한국학센터장 유영주 교수는 18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간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고, 지속해서 확대되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졌다”라며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로 돌아올 경우 추세가 크게 꺾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이번 계엄 사태와 관련해 “초기에는 ‘한국이니까 알아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학계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던 믿음이 깨진 사례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설마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크다고 한다. 유 교수는 “처음에는 그 누구도 옹호할 수 없던 ‘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일이 조금씩 ‘합리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빨리 정리가 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를 주축으로 북미 지역 대학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학자 등 461명은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24시간 만에 400여명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유 교수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에도 하버드, 스탠퍼드, 조지워싱턴 등 북미 13개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장들이 이름을 올린 성명서의 초안을 썼다. 유 교수는 “성명서를 최대한 온건한 표현으로 작성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많은 학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을 가진 학자들도 뜻을 함께하면서 학계 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계엄을 앞둔 지난해 11월30일에도 북미학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유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한국의 위상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은 경제적·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고, 민주주의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러나 헌재가 제대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매우 클 것이다. ‘한국이 우리가 알던 나라가 맞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헌재 판단에 따라 이번 사태가 한국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민주주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민주주의 회복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국이 계엄령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다면, 이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선진 모델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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