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과 방황의 끝은 사랑이었다.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이지(EASY)’, ‘크레이지(CRAZY)’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 장 미니 5집 ‘핫(HOT)’을 발표했다. 마침내 도달한 ‘사랑’이라는 테마는 이들이 겪어온 도전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강렬한 비트와 직선적인 멜로디에서 벗어나 서정적인 색채를 띤다. 타이틀곡 ‘핫’은 르세라핌이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삼은 노래다. 김채원은 “제목만 보면 굉장히 강렬한데, 서정적인 멜로디가 의외라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흔한 연애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르세라핌은 사랑을 하나의 철학으로 접근했다. 허윤진은 “타이틀곡 가사를 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며 “사랑이 내가 사랑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불완전한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며 보다 포괄적인 사랑의 개념을 이야기했다.
르세라핌이 ‘사랑’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데뷔 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특히 지난해에는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로 라이브 실력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라이브 퍼포먼스가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멤버들의 실력에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같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었던 뉴진스(NJZ)와의 논란도 이어졌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 속에서 르세라핌이 차별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두 그룹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핫’이 일련의 논란과 역경 뒤에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앨범을 이해해야 한다. ‘핫’ 녹음 작업에서 감정을 극대화하는 보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점도 인상적이다. 김채원은 “사랑의 감정이 묻어나는 가사다. 감정과 마음을 담아 가사가 잘 들리게끔 노래를 불러달라는 디렉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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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통해 르세라핌은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팀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흔들리지 않고, 르세라핌만의 길을 개척해 온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살아가기 위해 사랑한다.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