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식비 지출 가운데 외식비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긴 흐름으로 보면 식재료를 사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 밖에서 사먹는 일이 늘어왔는데, 최근 3년간은 외식 물가까지 급등해 외식비 지출액이 식료품비 지출액을 추월한 까닭이다.
16일 한겨레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가구당 소비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외식비를 뜻하는 ‘식사비’가 52만2174원으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액(51만7117원)을 넘어섰다. 식료품비와 외식비를 합친 전체 식비 지출액(103만9291원)에서 외식비의 비중은 50.2%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식비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360만6349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8%다. 이는 2022년 29.0%로 2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3년 28.7%로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한 것이다.
1990년 이후 가계 식비 지출 동향을 보면, 2004년까지는 식료품비(비주류 음료 포함)의 비중이 감소하고, 외식비의 비중은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가계가 집에서 요리하기보다 밖에서 사먹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 뒤 2019년까지는 식료품비 비중이 약간 높은 상태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은 외식비 비중이 급감하고 대신 식료품비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게 식당 영업을 규제하고, 소비자들도 외식을 자제하던 시기다.
외식비 지출은 2022년부터 다시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2021년 가계소비지출의 12.7%이던 외식비 비중은 2022년 사상 처음 14%에 이르고, 그 뒤에도 계속 증가해 2023년 14.3%, 2024년엔 14.5%로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2022∼2024년 사이 식료품비 지출액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 비중은 코로나 대유행 국면에서 16%로 치솟았다가 2024년 14.3%로 낮아졌는데, 이는 코로나 대유행 뒤의 몇년간을 제외하면 2005년(14.4%)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식비 비중이 절반을 넘게 된 것은 식료품비가 감소해서가 아니라, 외식비 지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3년간의 외식비 지출 증가, 가계소비지출 및 식비에서 외식비의 비중 증가를 이끈 것은 ‘외식물가 급등’으로 보인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조사결과를 보면, 2022∼2024년 3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가 11.4% 오르는 동안 농축수산물 물가는 13.2%, 외식 물가는 17.7%나 올랐다. 같은 기간, 가계(2인이상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305만2921원에서 360만6349원으로 18.1% 늘었는데, 외식비 지출액은 38만6253원에서 52만5174원으로 35.2% 급증했다.
소득계층을 5개로 나눠 2024년 분위별 외식비 지출비중을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1분위)은 식비 가운데 식료품비 비중이 64.9%였다. 외식비 비중은 소득 4분위 계층(60∼80%)이 64.9%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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