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권위주의 진영의 국가·지역의 수는 91개로 민주주의 국가(88개)를 22년 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 V-Dem은 전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연례 보고서를 발표한다.
스타판 린드베리 V-Dem 소장은 "20년 전인 2004년에 권위주의화 된 국가·지역은 1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5개가 권위주의화 됐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지속해서 후퇴하고 있다. 서유럽과 북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V-Dem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72%)이 권위주의 진영 아래에 살고 있고, 이 비중은 1978년 이후 가장 크다.
국가·지역별로 보면 러시아, 벨라루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의 민주주의 후퇴가 두드려졌다. 특히 벨라루스는 유럽 국가 최초로 '폐쇄 권위주의'로 분류됐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몽골이 권위주의 진영 국가로 변화했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낮은 선거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민주주의 후퇴 이유로 들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표현의 자유'가 크게 줄고, 선거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표현의 자유가 악화한 국가·지역은 44개였다. 이는 2004년(7개)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표현의 자유가 개선된 곳은 20년 전 29개에서 8개로 줄었다.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 후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전 세계 국가의 25%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전했다.
린드베리 소장은 "권위주의화가 진행될 때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며 "지난해 권위주의화 된 국가의 정부는 모두 언론 검열을 민주주의 억압의 대표 전략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반가량은 정부 차원에서 허위 정보를 배포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부연했다.
V-Dem의 이번 분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민주주의 붕괴 진행 중?'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의 미국 민주주의 상황을 별도 분석했다. 린드베리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법의 지배를 훼손하고, 행정부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등 헌법을 다수 위반하고 있다. 미국이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붕괴할 위험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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