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퍼(caper)다. 정확히는 케이퍼 피클이지만, 보통 케이퍼로 부른다. 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장미군 십자화목 카파리스과 식물의 꽃봉오리를 식초에 절여서 만든다. 겨자 비슷한 매운맛에 상큼한 향이 나서 육류나 생선에 곁들인다. 훈제연어가 결혼식장 뷔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정착하면서, 곁들여 먹는 완두콩 같이 생긴 시큼한 ‘그거’ 케이퍼와 마요네즈처럼 허연 소스 ‘그거’ 홀스래디시 소스도 꽤 익숙한 식재료가 됐다.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는 2000년 전부터 쓰인 역사와 전통의 향신료다. 카프리신이라고 부르는 꽃봉오리뿐만 아니라 새싹(티로롯), 열매(아비요나)까지 모두 요리에 쓰인다. 타르타르소스를 만들 때 잘게 다져 넣기도 한다. 케이퍼는 소화를 돕고 식욕을 증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거 사전]에서 다루고 있는 식재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소화를 돕는다’라는 효능이 있는 것 같지만 넘어가자.

케이퍼는 성경에도 나온다.
“또한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정욕이 그치리니 이는 사람이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객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니라”(개역개정성경 전도서 12장 5절)
실은 이 문장에서 정욕은 케이퍼 열매의 히브리어 이름 ‘아비요나’를 뜻한다. 아비요나, 즉 케이퍼베리는 올리브나 포도 정도의 크기의 시큼한 맛과 열매 안에 있는 작은 씨앗이 톡톡 씹히는 질감이 특징이다. 히브리인들은 케이퍼베리에 최음 효과가 있다고 여긴 탓에, 성경에서는 욕망을 은유하는 단어로 쓰인 것이다.
성경에 등장한 만큼 케이퍼는 유대인과 인연이 깊다.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의 성지 ‘통곡의 벽’에는 틈새 마다 비집고 올라온 관목이 있는데, 요 식물이 바로 케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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