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머니의 ‘분리불안’은 당신 책임이 아닙니다
16,125 7
2025.03.15 20:26
16,125 7

저는 고부 갈등에 끼여 있는 남편입니다. 어머니에게 저는 이름 있는 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한없이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아들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시니 아내를 데려왔을 때 성에 안 차 하셨습니다. 무시하고 유세 부리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처가 어른들께도 무례하게 구셨습니다. 똑같이 일하고 돈 버는 아내에게 “이렇게 착한 아들이 돈까지 착착 잘 벌어다 주는데 집안일까지 시켜 먹냐?”는 구박도 번번이 하셨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혹여나 바가지 긁힐까 봐 아내를 단속하신 듯합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울화통 터져 했습니다. 자신이 뭐가 못나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워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어머니에게 대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족 모임에 발을 끊었습니다. 명절에도, 생신에도 아이만 데리고 저 혼자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어머니에게 면목 없고, 제가 백번을 대신 사과해도 마음을 풀지 않는 아내가 야속합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들이 전부였던 분이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니 어머니를 가엾게 봐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해봤지만 늘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싱크대에 물이 샌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본가에 갈 채비를 하는 제게 아내가 화를 냈습니다. 그게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달려가야 할 일이냐고요. 하지만 제게는 어머니도 가족입니다.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아버지 탓에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이제 저도 생겼으니 힘이 닿는 한 보답하고 싶습니다. 손주 보는 낙도 많이 누리게 해드리고 싶고요. 하지만 아내는 제가 아이를 집에 데려가는 것도 못마땅해합니다. 고부 갈등이 있으면 저도 어머니의 어려움을 못 본 척하고 제 아들도 할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커야 하는 건가요? 강민성(가명·35)





너무 가까이 있어 괴로워하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영화 ‘블랙 스완’의 케이크 장면이 떠오릅니다.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뽑힌 딸 니나를 축하하기 위해 엄마 에리카는 케이크를 준비합니다. 니나가 다이어트 중이라며 거부하자 기쁨과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찼던 엄마의 표정이 차갑게 돌변합니다. 화가 난 엄마는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처박으려 합니다. 놀란 니나가 결국 케이크를 한입 먹어 엄마를 달랩니다.

영화에서 엄마 에리카는 젊은 시절 발레를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지독히 파괴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담고 있는 영화라 어쩌면 ‘우리 모자가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이 민성님이나 어머니와 얼마나 닮았는가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분리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영화에서 니나는 엄마를 넘어서는 눈부신 성취를 이뤘음에도 엄마로부터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엄마 에리카 역시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 자식을 어린아이 다루듯 통제합니다. 엄마보다 커졌음에도 여전히 엄마보다 작은 니나의 모습은 심리적 독립을 이루는 것도, 부모가 이를 허용하는 것도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성하여 이미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 어머니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민성님과 어머니의 심리적 엉킴과 흡사하지요.

흔히들 분리불안을 어린아이만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하지만 어른도 분리불안을 겪습니다. 자녀의 결혼은 자식이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개별화되는 과정이기에 양쪽 모두에게 분리불안을 야기합니다. 부모들은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는 공허함, 자식이 더는 내 곁에 없다는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자식의 독립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느리를 ‘아들 등골 브레이커’로 깎아내리면서도 정작 어머니 자신은 배관공이 아닌 아들에게 전화해 고장 난 싱크대를 고쳐달라고 의존하는 모순은 아들을 자신의 소유라 생각하며 분리를 거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녀의 분리불안은 영화 속 니나처럼 대개 죄책감으로 경험됩니다. 결혼하면 부모의 기대나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나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삶을 꾸리는 과제가 대두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면화된 부모와 내적 갈등이 생깁니다. 부모에게 ‘좋은 아이’로 남고 싶은 소망과 나의 삶을 살고자 하는 소망이 충돌하는 것이지요. 독립을 마치 부모를 배반하거나 버리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결혼 뒤에 갑자기 효자, 효녀가 되는 배경에는 독립에 대한 과도한 죄책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성님도 무의식적인 죄책감으로 인해 독립을 부모님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심리적으로 분리된다는 것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부모님의 어려움에 눈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어디까지가 부모의 마음이고, 어디부터가 나의 마음인지 인식하고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잘 분리되지 못하면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어머니를 만족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것과 실제 민성님이 원하는 것이 뒤범벅되는 것이지요.

박아름 심리상담공간 숨비 대표


https://naver.me/5k7RY4as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시스터>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83 01.04 25,70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7,12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77,0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9,3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84,66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0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0,5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5308 이슈 🏆 2026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 <여자솔로가수 부문> 전소미 12:42 0
2955307 유머 배우 박하나가 키우는 춤추는 앵무새 12:41 62
2955306 유머 뭔가 앞뒤가 바뀌었는데 말이 되는 공지사항 (주어 임성근) 5 12:39 652
2955305 이슈 힐스테이트세운이 남산을 막은 모습 7 12:39 634
2955304 유머 유튜브 게시글 폭주중인 임성근 셰프와 오만가지 자식들 근황 1 12:38 640
2955303 이슈 생각보다 세상은 공평한거같은 오늘 결혼발표한 김지영 1 12:38 633
2955302 기사/뉴스 니콜 키드먼, 키스 어번과 재혼 19년만 파경.."서로 험담 금지"[★할리우드] 12:37 399
2955301 기사/뉴스 헌재, “검찰청 폐지는 위헌” 시민단체 헌소 각하 2 12:37 339
2955300 유머 박명수 잡도리하는 유재석하하 12:37 140
2955299 이슈 김대호요리중 신기했던 수박새우찜jpg 12:37 362
2955298 이슈 출근하는 남편짤이래 ㅋㅋㅋ (손종원셰프) 5 12:37 974
2955297 이슈 [PD수첩] 종묘앞 145m건물 시뮬레이션 결과 4 12:35 677
2955296 이슈 콘서트중에 스탠딩 바닥을 기어가는 가수가있다?(feat 경악하는 휀들) 12:34 302
2955295 이슈 오타쿠 문화를 마주한 김풍 반응 feat.이타백 3 12:33 833
2955294 이슈 올데프 우찬 DAY OFF 업로드 12:32 92
2955293 이슈 작년에 개인적으로 좋았는데 성적이 조금 아쉬웠던 노래.twt 2 12:32 648
2955292 이슈 현재 코스피.jpg 6 12:31 1,613
2955291 이슈 현재 열혈농구단 제일 잘하는 best 5.jpg 3 12:30 539
2955290 이슈 블랙핑크 제니 2026 샤넬 코코 크러쉬 캠페인.jpg 7 12:30 1,121
2955289 유머 사연 있어 보이는 이웃집 새댁.jpg 11 12:30 1,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