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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노숙인의 두 부류와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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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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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01162.html

"‘민들레 국수집’을 열고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상처 입고 삶에 지쳐버린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는 노숙하는 이들을 취직만 하게 하면 노숙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취직했던 이들이 열에 아홉은 얼마 못 가서 다시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왜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숙하는 이들은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세상 논리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나보다 중요한 존재는 세상에는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삽니다. 그래서 세상에 살면서도 이웃도 없는 외톨이로 자립해서 삽니다. 세상에 살면서 이웃도 없고 하느님도 없는 지옥을 체험하고 삽니다. 이처럼 혼자만 잘 살면 될 줄 알았던 사람을 취직시켜서 또다시 혼자 살게 하였으니 실패는 당연한 일이이었습니다.

노숙을 하는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부류는 너무 가난해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고아원에서 자랐거나 부모님이 이혼했거나 버림받았거나 삶이 고달팠던 이들입니다. 그래서 행복했던 기억도 없습니다. 삶의 희망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소원이라면 배부르게 먹고 잠을 실컷 자는 것 정도였습니다. 피자 배달을 해서 모은 돈 백만원으로 팔에 문신을 하고 자랑하는 십대 소년 같습니다.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인 줄로만 압니다. 다른 사람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랑받아본 체험이 없으니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둘째 부류는 경쟁만이 살길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악착같이 선착순 일등이 되려고 기를 썼습니다. 공부도 그렇게 했습니다. 노숙을 하기 전에는 사업도 했고 출세의 길도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이웃을 가차없이 쳐냈습니다. 마지막에는 가족마저 자기가 살기 위해 버렸습니다.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둘째 부류의 사람도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랑입니다. 나보다 귀한 남을 찾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자기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중심성에서, 지독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멋진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몹시 더운 날이었습니다. 동인천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상현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함께 노숙하고 있는 노인이 아무래도 위독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젯밤부터 숨을 가쁘게 쉰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을 모시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 근처로 오라고 했습니다. 119를 불렀습니다. 인천의료원으로 이송을 부탁드렸습니다.

노인은 몇 달 전부터 동인천역 근처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65살 어르신입니다. 센터에 오셔서 몸도 씻고 세탁도 했습니다. 책도 읽으시고 독서 장려금도 받아 가곤 했지요. 민들레국수집에 오셔서 식사도 하셨습니다. 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딸도 있답니다. 부인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노숙을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습니다.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참 악착같이 살았었다고 합니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고 합니다. 아들 결혼시킬 때는 집도 장만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 사업자금을 당신 집을 담보로 빌려줬답니다. 사업이 망하고 밀린 이자를 내다 내다 더는 버틸 수 없어서 집을 처분하고 아들네 집으로 들어갔더랍니다. 속에 천불이 나서 살 수가 없었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매일 싸웠답니다. 마침내 부인은 친정으로 가서 지내라고 하고 당신은 거리로 나와버렸답니다. 어떤 때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이 컵라면이라도 드시라면서 일이천원 주고 가기도 한답니다. 아들이 용서가 안 된다고 합니다. 늙은 나이에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답니다. 그저 막막하다고 합니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외톨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젠 병원에서나마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목발에 의지한 초라한 손님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왔습니다. 동인천역에서 며칠 전부터 노숙을 하고 있었는데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밥상을 차려 드렸습니다. 커피 한 잔을 먹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커피를 타서 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름은 정수(가명)라고 했습니다. 나이는 마흔여섯. 어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남해안 작은 섬에서 머슴처럼 살았답니다. 초등학교는 한 학기를 다니고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기 이름 석 자만큼은 쓸 줄 안다고 합니다. 열세 살부터 고깃배를 탔다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일을 잘할 때는 여자와 살림도 차렸지만 빚을 갚아주다가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배에서 일하다가 다리를 다쳤고, 너무 아파서 술을 많이 먹었다가 그만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도 할 수 없었고 방세도 낼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합니다. 민들레 식구 중에 제일 마음이 넓은 영인씨에게 방을 하나 구할 동안만 정수씨와 함께 지낼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정수씨는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날로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무척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느냐고요. 정수씨는 그냥 참았다고 했습니다. 고관절도 인공관절로 바꿔야 하고, 무릎관절도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앞으로 네 번의 수술을 해야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진단서를 주셨습니다. 한 달 만에 정수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의료보호 1종도 되었습니다. 곧바로 인천의료원에 입원하면서 수술을 받기 위해 구청에 긴급의료지원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정수씨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고관절 수술이 두 번에 걸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세 번째 수술은 무리라고 합니다. 퇴원해서 민들레국수집에서 몸조리를 했습니다. 두 달을 쉬다가 세 번째 수술을 했습니다. 몸이 너무 약해서 네 번째 수술은 몇 달 뒤에나 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집에서 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서 민들레국수집에서 손님들 시중을 들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르신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정수씨 얼굴에 살이 올랐습니다. 뽀얗습니다. 얼마 전에 정수씨에게 요즘 지내는 것이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전에는 무엇을 해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고 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맙다고 합니다.

민들레 식구들도 정수씨처럼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줄 모르던 이들이었습니다. 삶에 지쳐 희망마저 버렸던 외톨이였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귀한 남이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놀랍도록 변합니다. 사랑을 체험하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나보다 귀한 남이 있다는 것, 돈보다 귀한 것이 세상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영남·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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