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에 대해 반인도적 살상 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 영장을 11일(현지시간) 집행, 그를 체포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홍콩 방문 뒤 이날 오전 귀국하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필리핀 경찰이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마약과의 전쟁으로 벌어진 대규모 살상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인터폴을 통해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이날 아침 일찍 인터폴을 통해 ICC 체포 영장을 전달받았다면서 구금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의사의 검진을 받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전날 홍콩에서 ICC가 영장을 발부하면 체포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을 옹호했다.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1/yonhap/20250311142410247hlet.jpg)
하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막내딸 베로니카가 찍어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이날 공항에서 전격 체포되자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이냐"라면서 큰 소리로 항의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변호사와 보좌진은 당국이 그를 불법 체포했으며, 경찰에 구금된 그를 면담하려고 했으나 경찰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ICC에 인계돼 조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하도록 해 용의자 약 6천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했다.
이에 비해 ICC 측은 사망자 수가 1만2천∼3만명에 이르고 마약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도 없이 살해된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ICC가 2018년 마약과의 전쟁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필리핀은 2019년 ICC를 탈퇴했다.
이후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선 뒤 필리핀은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며 조사 유예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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