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8일을 전 세계가 ‘여성의 날’(InternationalWomen’s Day)로 기념하는 가운데, 한국과 북한 정부의 여성의 날 관련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남한에서는 침묵하고, 북한에서는 전통적 여성상을 강조하며 헌신을 요구했다. 다른듯 하지만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국제적으로 한참 못 미치는 여성인권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국에서 여성의 날은 여전히 큰 존재감이 없다. 정부 차원의 유의미한 메시지가 발표되지 않고, 민간 기업이나 시민·여성단체들이 개최하는 기념 행사 정도에 그친다. 여성가족부에서 기념 메시지를 올리고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수준이다. 성평등 관련 각종 국제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최하위 수준임을 방증하듯 ‘여성’ 관련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된 지 오래다.
북한은 여성의 날을 ‘국제 부녀절’로 부른다. 매년 이맘때 북한은 여성들에게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줄 아는 참다운 여성 혁명가”가 될 것을 강조한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펼친 여성 친화 정책을 열거한 뒤 여성들이 “사랑하는 자식들의 어엿한 성장과 가정의 화목,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되어 성심을 다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국제 부녀절을 맞아 진행된 공산주의 어머니 영예상 수상자·여성 사회주의 애국공로자들과 농업근로자들의 상봉모임 개최 소식을 전하며 전통적 여성 역할에 충실한 수상자들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5명의 자녀를 키운 어머니 영예상 수상자가 “여머니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이라는 식이다.
남한과 달리 북한은 적어도 국제 부녀절을 국가적 명절로 크게 기념하긴 한다. 다만 이를 북한의 여성 정책을 과시해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고, 당과 김 위원장에 대한 여성 충성을 강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기념이라 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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