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선 오픈프라이머리 제안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이 대선 오픈프라이머리(국민완전경선제)를 공개 제안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는 야5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민경선으로, 각 정당별로 일정 비율의 당원 및 국민이 참여하는 기존의 국민참여경선과는 달리, 정당의 경계를 허물어 범 야권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즉 모든 정당의 대표 선수를 한 명씩 뽑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정당이나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야권 전체가 모여 직접 국민에 의해 한 번에 뽑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결선투표제 도입(1차 컷오프,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 둘째, 후보도 공약도 국민 손으로 결정, 셋째, 100% 온라인 투표의 아레나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 내 비명계는 이를 즉각 환영하면서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직접 국민의 손으로 야권 대선 후보를 결정함으로써 야권 연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야권 내의 분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결선투표제를 통해 정치 협상에 기댄 단일화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으며, 단일화를 제도화해서 야권 단일후보를 조기에 선출한다면 본선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 기존의 오픈프라이머리
정당은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하여 당내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57조의2 이하 참조). 당내에서 후보자를 정하기 위한 이러한 당내경선을 본선거와 대비하여 예비선거라고도 한다. 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당원과 일반 국민들의 투표를 반영하고 때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본선 후보자를 선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내경선은 당원들에 의해서만 실시되는 이른바 폐쇄형 경선제(Closed Primary)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제(Open Primary)로 실시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당내경선에서 투표자격을 당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무소속 유권자나 다른 정당원에게도 개방한 이유는 그동안의 정당운영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으며, 후보자가 정당의 지도부나 특정 정파에 의하여 하향식으로 정해져 왔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정당의 권력자들이 쥐고 있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상향식 공천제도로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개혁수단으로 평가되었다.
3. 오픈프라이머리는 채택하면 안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는 우리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정당민주주의와 조화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진정한 정당민주주의의 이념에 따르면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으로 무장되어 그 정당의 색깔과 정체성을 진정으로 대표해야 하는 인물이 그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로 선출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당을 가장 잘 알고, 누구보다 그 정당에 대한 애착심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당의 정책과 강령 및 색깔로 무장된 당원들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더 나아가 그 정당의 정책과 강령에 반대하는 외부인이나 경쟁 정당의 구성원이 그 해당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 그동안 우리의 폐쇄적이고 후진적이며 비민주적인 정당풍토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 정당화되기 어렵다. 또한 국민주권주의 이념에 따라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정당민주주의에 따라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즉 당원주권주의다. 그런데 국민참여경선제는 이러한 당원주권주의를 약화시킨다. 아울러 특정 정당 지지층이 경쟁 정당 경선에 참여해 고의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약한 후보에게 투표하여 본선에서 자당 후보가 경쟁 정당의 약한 후보와 상대해 최종 당선 확률을 높이도록 만드는 이른바 역선택의 위험 등 다양한 현실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도 크다.
결국 국민참여경선제는 정당민주주의와 정당제도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는 그 해당 정당의 당원만을 통해 폐쇄적으로 내부에서 선출되는 것이 타당하고,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모든 주는 아니고 대부분의 주에서 Open Primary가 실시되고 있는데(일부 주에서는 폐쇄형 경선제, Caucus를 실시한다), 그 이유는 본래 특정 지역의 정치풍토상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본선에서 사실상 무조건 당선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예비선거과정에서 그 특정 정당의 당원만이 아닌 일반 유권자 내지 타 정당 당원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필요성이 - 정치적 다양성의 존중을 전제로 하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 차원에서 - 절실하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한편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간접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대의제도를 통해 실현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의제도의 중요한 기능은 책임정치와 전문정치의 실현이다. 즉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근거해 독자적인 양심과 판단에 따라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에 대해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음으로써 책임정치를 구현하다. 아울러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선출된 엘리트인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식견에 따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함으로써 전문정치의 실현도 가능케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의제도의 책임정치와 전문정치의 실현 기능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당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즉 정당을 기반으로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고, 재신임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으로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 또는 선거 시의 공약 등을 매개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앞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대의제도와 정당민주주의하에서는 공직선거 후보자뿐 아니라 그 후보자를 선출하는 주체 역시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 및 정체성으로 무장된 당원들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의 선출과정에 당원이 아닌 외부 일반 국민이나 심지어 경쟁 정당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은 이러한 정당민주주의와 대의제도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원칙과 정신에 부합될 수 없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국민참여경선이 정당운영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으며, 공직선거 후보자가 정당의 지도부나 특정 계파에 의하여 하향식으로 정해지거나, 이른바 돈 공천 등 부정·부패가 지배하는 과거의 후진적인 비민주적 정당에서라면 어느 정도의 순기능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순수한 상향식의 민주적 공천과 정당 운영이 이루어지는, 따라서 진정한 정당민주주의가 정착된 오늘날에는 더 이상 국민참여경선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치자금 내지 선거자금에 사실상 한계가 없고 로비가 지배하는, 따라서 금권정치가 지배하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 민주 선진국에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4. 결론
지금까지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제도인 기존의 국민참여경선제가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헌법상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이 별로 없다는 것도 언급했다. 앞서도 소개했듯이 기존의 국민참여경선제에서 더 나아가 정당의 경계를 허물고 각 정당의 권리당원을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국민에 의한 경선은 더 큰 헌법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꽃인 대선에, 특히 헌정 회복의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는 오늘날,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진정한 국민의 권익과 국가의 미래 보다는 지나치게 정파적·즉흥적 이해에 매몰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모든 정치 행태는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그리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법치국가의 기본이다. 예컨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초토화된 국가를 재건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동서독 통일도 달성했는데, 이는 제대로 된 모범적 정치가 행해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독일의 모범적인 정치는 바로 헌법에 기반을 둔 확고한 법치국가가 정착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모든 정치 운영이 헌법의 틀 안에서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독일이 헌법과 헌법재판제도에 있어서 타 국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연주씨는 전 성신여대 법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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