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비비시·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밴스 부통령은 전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정전 협상과 관련해 “가장 최고의 안전 보장은 미래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인에게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30년이나 40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은 아무 나라(some random country)에서 온 병력 2만명보다 (미국과의 경제 협정이) 훨씬 더 나은 안전 보장”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두 나라는 여러 차례 파병을 통해 미국과 함께 참전해 왔다는 점에서 분노가 거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내 동맹으로 꼽히는 영국 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조차 “밴스는 틀렸다. 정말 틀렸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미국과 함께 똑같이 기여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에서 복무한 영국 왕립국군경찰 대위 출신 헬렌 맥과이어 영국 자유민주당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바친 수백 명의 영국군을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있다”며 밴스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후 비비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밴스의 발언이 “분명히 영국과 프랑스를 지칭한 것”이라며 “매우 무례”했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뉴 프랑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모든 동맹국 참전 용사들을 존중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참전 용사들이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4일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밴스 부통령은 엑스에 글을 올려 “지난 20년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미국과 함께 용감하게 싸워 온 영국과 프랑스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여전히 “솔직히 말해 전쟁 경험도 없고 군사 장비도 없는 자원봉사 국가들이 많다”며 영국과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들을 언급한 것처럼 말을 돌렸으나, 정확히 어느 나라를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영국 보수당의 벤 오베스-젝티 하원의원은 밴스 부통령이 변명하는 글을 쓴 뒤 비비시 방송에 출연해 “영국과 프랑스에 대해 말한 게 아니라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며 어떤 국가를 언급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다우닝가에서는 총리가 그 발언이 모욕적이거나 무례하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한 모든 영국군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영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전에 동참했으며, 프랑스도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다. 비비시는 “지난 20년간 15만 명 이상의 영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영국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에도 참여했으며, 이라크 주둔 영국군은 4만6000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소 경솔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며칠 전 감사의 중요성에 사로잡혀 있던 인물의 발언이라 특히 인상적”이라고 꼬집었다. 밴스 부통령이 지난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감사할 줄 모른다며 질책하고 나선 데 대한 비판이다. 비비시는 밴스가 이전부터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며 “밴스의 비판 대상 중 상당수는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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