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극우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국민의힘 의원 37명이 참석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옹호했음은 물론 탄핵 불복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서천호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의 경우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모두 때려 부숴야 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이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폭동 선동이다. 도대체 공수처와 선관위, 헌법재판소가 어떤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설령 그들이 불법 행위를 했다고 해도 저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폭동 선동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의힘의 폭동 선동 행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1월 9일 김민전 의원(비례대표)의 경우 백골단 기자회견을 주선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같은 달 19일 윤석열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는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곧 훈방될 것'이라고 발언해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야기된 원인을 제공했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2월 26일엔 한국사 강사에서 극우 선동가로 전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한길과 극우 개신교 단체들의 기자회견을 주선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그 자리에서 전한길은 "대한민국 안에 많은 종북세력,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민노총(민주노총) 이런 것에 대단히 충격을 먹었다"면서 "중국이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면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계몽'을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만약 국가가 살고, 국민이 살고, 헌법재판관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탄핵 기각임에도)불구하고 탄핵을 인용한다면 헌재는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이고, 국민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가 이런 망언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마음놓고 떠들도록 판을 깔아준 국민의힘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홍준표 대구시장은 법원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극우 목사 전광훈 등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극우 폭동을 두둔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 또 홍 시장은 헌법재판소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을 안고 가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런 국민의힘의 행태는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이 지적했듯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자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일엔 헌정사 최초로 탄핵심판이 인용돼 임기 중 파면당한 박근혜 씨를 찾아가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자리에서 박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마음이 무겁고, 국가 미래를 위해 여당이 단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8년 전 탄핵심판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심판 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께서 사랑을 참 많이 주셨는데 마음 아프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인지 권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은 부분이다.
박 씨가 임기 중 파면된 것은 무자격자 민간인인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대의민주주의라는 국가 통치 체제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아줬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아 주지 않았다. 박 씨가 임기 중 파면됐고 그 대가로 옥살이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자업자득이었다.
오히려 형을 모두 마치고 나오게 해서 자신이 지은 죗값을 다 치르도록 했어야 했는데 '용서'니 '통합' 등의 미명 하에 5년 만에 사면시킨 것이 더 문제였다. 그런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런 박 씨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충격에 빠졌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에게는 안 '죄송'한지 모르겠다. 하긴 지금도 뻔뻔하게 내란을 옹호하고 있는 그들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질 리가 없다.
지금 국민의힘이 이런 우향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론조사를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역으로는 대구·경북이고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노년층이다. 70대 이상 노년층들은 독재정권 시절에 청장년 시절을 보냈고 학창시절엔 반공교육에 세뇌된 세대들이다.
그 상태로 늙어서 자기 고집은 강해진 반면 변화된 시대에는 적응을 못한 채 도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남북한의 국력이 역전된지 오래이고 냉전이 무너진 상황에서 철 지난 '멸공' 운운하고 '빨갱이' 타령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6공화국 출범 후 최악의 극우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배경 역시 엄밀히 말하면 갈수록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던 그 노년층들이 저지른 역사적 반동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세대들은 지금도 국민의힘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고 아마도 곧 치르게 될 조기 대선에선 또 변함없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들의 표를 버릴 수 없기에 이들이 듣기 좋은 말을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내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절대 집토끼'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물론 집토끼를 최대한으로 결집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최소한 51%는 득표해야 하는데 그걸 온전하게 집토끼만으로는 채울 수가 없다. 집토끼를 최대한으로 결집시키고 보너스로 산토끼인 중도층을 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70대 이상 노년층들 대다수는 관성적 투표를 해왔던 세대이기에 국민의힘이 정말 개념잡힌 모습을 보이든 말든 변함없이 그들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미 집토끼는 다 차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이탈할 가능성이 없는 집토끼들만 바라보며 이들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다. 중도층들은 대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많고 자신의 생활을 어떻게 책임져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중도층이 솔깃할 만한 언행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 언론들이 '이대남' 타령하지만 모든 20대 남성들이 다 일베저장소나 디씨인사이드 같은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들도 아니고 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다 반페미 성향인 것도 아니다. 당장 작년 22대 총선 연령별 지역구 투표를 보면 20대 남성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46.4% : 47.9%로 별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지금 기성 언론들이 운운하는 '이대남' 역시도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당 지지율 이질화 현상도 현재 보수 과표집이 지속되면서 극우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일부 20대 남성들의 목소리가 과대표집된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국민의힘의 우경화 행보가 역풍에 직면했다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층이 과표집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고 우향우를 거듭한 국민의힘의 행태가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지금 국민의힘은 70대 이상 노년층들 듣기 좋은 말만 내뱉고 있고 청장년층을 향한 소구력 있는 메시지를 못 내놓은지 오래다. 전통적 지지층들이 늙어가고 있듯이 국민의힘이란 정당도 점점 시대에 뒤처지며 늙어버린 셈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은 'TK 자민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변수이긴 하지만 설령 그걸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소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순전히 자업자득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거리도 없다.
최소한 윤석열의 내란 행위가 있은 직후에 그를 당에서 출당, 제명시켰다면 정권을 잃더라도 당은 지킬 방도는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극우 세력들이 '계몽령' 운운하는 것에 동조하며 내란을 옹호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가 자폭, 소멸의 길을 걸은 셈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런 길을 걷게 된 것엔 여론조사공정과 KOPRA(한국평판여론연구소)로 대표되는 괴상한 여론조사 기관들의 '눈속임 여론조사'가 있었다. 이들이 고의로 편향적인 질문을 배치해 보수 과표집을 유도하고 그를 통해 마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니 국민의힘도 옳다꾸나 싶어서 더 열심히 막말하고 더 열심히 내란 옹호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멸의 길을 계속해서 걷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이제 산업화세대가 소멸해가고 있는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세대의 힘으로 연명해 온 국민의힘이란 정당도 그 수명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보수'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고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랄 뿐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들은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떠들고 다녔지만 정작 그들의 행보는 '자유민주주의'와는 유리되어 있었다.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그 '자유'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신들 때문에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도 너무나 오염됐다.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16074#google_vignette
좋은 칼럼이라 퍼옴 ㅋㅋㅋㅋ 자폭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