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이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 전후로 37억 원이 넘는 돈을 사랑제일교회에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통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내역에 따르면 차입금 대부분은 선거에 사용됐다. 사실상 교인들의 헌금으로 총선을 치른 셈이다.
교회로부터 유입된 차입금

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1월부터 4·10 총선 직후인 같은 해 5월까지 자유통일당 차입금은 약 72억 원으로 전체 수입금 총액(약 80억 원)의 89.3%를 차지했다. 이 중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빌린 돈은 21억8,700만 원이다. 나머지 50억 원은 '자유통일펀드'에서 충당됐다.
자유통일펀드는 자유통일당이 총선 비용 마련을 위해 만든 펀드다. 연 3.5% 고정금리로 자유통일당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날로부터 3영업일 후인 6월 12일에 참여자 상환 계좌로 원금과 약정 이자가 함께 반환되는 방식이다.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4월 3일 모금 시작 하루 만에 목표치(5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127억 원을 모았다. 초과 모금된 금액(77억 원)은 조기 환불했고, 당초 목표치인 50억 원에 대해선 총선 한 달여 뒤인 5월 14일부터 상환 절차를 시작해 모두 돌려줬다.

자유통일당 유튜브 캡처

자유통일펀드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자유통일당이 당시 50억 원 넘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형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총선에서 득표수 미달로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득표율이 15% 이상이거나 비례대표 당선자가 있는 경우 전액 보전, 득표율이 10% 이상에서 15% 미만이면 절반을 보전받는다. 자유통일당은 10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평균 득표율이 1.68%에 그쳤고 비례대표로 20명을 출마시켰으나 정당득표율 2.26%를 기록하며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자유통일당은 이후에도 사랑제일교회에서 재차 돈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선관위에 제출된 자유통일당의 2024년도 하반기 회계장부를 보면 사랑제일교회에서 16억 원의 차입금을 추가로 받았다. 이 돈은 대부분 펀드 상환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 목사 측근이었던 교회 내부자는 한국일보에 "상환금을 갚기 위해 다시 교회 헌금을 모았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교회 재정을 가지고 (펀드 원리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돌려받은 돈(상환금)을 다시 헌금으로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펀드로 생긴 채무를 교회에서 또 빚을 내 채워넣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전 목사 역시 본보 통화에서 "한 달에 헌금이 10억 원씩 들어온다"며 "이자 없이 당에 돈을 빌려 준다"고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처럼 교회와 정당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자금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통일당은 정당이 아니라 사실상 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장기간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고 받았을 경우 배임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유통일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살펴봐도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빌린 원금을 갚거나 이자를 지불한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순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선 차입금 변제나 이자 납부 방식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아 나중에 한 번에 갚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변제 시기나 이자율이 명시된 차용증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데, 선관위에 차용증 제출은 차입금 발생 시점에선 의무 사항이 아니라 외부 감시가 쉽지 않다. 한국일보는 교회와 정당 간 자금 흐름과 관련해 사랑제일교회와 자유통일당에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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