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되었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령은 총 18건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보완 입법을 하지 않은 사례도 정말 많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따르지 말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라는 것이다. 국회도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최 권한대행도 그렇게 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권 원내대표 글은 이날 조선일보 보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 근거로 “국회가 위헌(18건), 헌법불합치(17건) 등 헌재 결정 35건의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다. 권한쟁의심판과 위헌법률심판은 그 성격과 절차, 결정 효력 등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면 해당 법률은 곧바로 효력을 잃는다. 헌법불합치 결정 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진다.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회가 이행하지 않는다고 최 권한대행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률폐지권을 갖는 국회의 불이행과 최 권한대행의 불이행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회는 법률을 폐지할 권한도 가지므로, 국회가 헌재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은 논외로 하더라도, 헌재 결정을 입법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국회가 해당 법률을 폐지하겠다는 의사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권한만 있다. 최 권한대행은 임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2010년 헌재의 신문법·방송법 2차 권한쟁의심판 결과도 가져다 쓰며 최 권한대행에게 헌재 결정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권한침해 사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국가기관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법은 ‘부작위’(이번 사건에서는 ‘마은혁 임명 거부’)에 의한 권한침해를 인정할 경우 피청구인(이번 사건에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에 따른 처분(이번 사건에서는 ‘마은혁 임명’)을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
헌법재판소법은 ①국가기관 권한의 존재 여부 및 범위 판단 ②권한침해 원인이 된 처분의 취소·무효 확인을 순차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②의 취지가 ‘부작위’에 대한 것일 경우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신문법·방송법 1차 심판에서는 여당 날치기로 인한 야당 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만 인정(①)하고, 신문법·방송법 본회의 의결 무효(②)는 선언하지 않았다. 이에 2차 심판에서 각하 결정한 재판관들은 “헌재가 1차 심판에서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그 원인이 된 처분의 무효 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회의장에게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침해했다는 헌재 결정은 ①에 이어 ②까지 나아갔다. 헌재는 “이 사건은 임명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2항은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 결정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행위(부작위)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인용 결정)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부작위를 바로잡을 처분(마은혁 임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황희 교수는 “이를 두고 ‘임명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에 따라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권고적 효력이 아닌 법적 의무”라고 했다.
.
정치인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 3명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만 여야 합의를 주장하며 임명을 거부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사안인데도 헌재 결정처럼 헌법과 법률에 없는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임명을 거부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직무유기죄가 성립됐기 때문에 나중에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최상목 고발 사건을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https://naver.me/54LoZDow
소장 써놨다고 들려오는 소식이 엄청 많던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