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럿지만 금지옥엽 내새끼 원망한적 한번두 읍서.
그동안 느이 엄마 수남이랑 삼춘 귀남이랑 턷밭서 상치랑 배치랑 무시 기름서 잘 살었다.
오랜만에 오니께 할매랑 엄마랑 삼춘이랑 어디 갔나 싶제.
시골서 사는것이 영 힘에 부친다. 인자는 말여.
그래도 니한테 폐는 안끼칠라고 편지 쓰고 간다이.
문지방은 함부로 밥지 말어라.
특히 부적 붙여있는 덴 조심혀.
밟아부렀으믄 뒷산 올라가는 길목에 사는 박씨한테 가라.
앞으로도 먼 일 생기므는 박씨한테 가.
할매 이름 말하믄 대충 알겨.
마당에 있는 백구 봤제. 이름이 들레여.
들레 밥 잘 챙겨주구... 산책 좋아하니께 목줄은 풀어놔라잉.
저녁에는 꼭 무까놔.
내새낀 맘씨도 고운께 그러진 안겄지만 혹여나라도 들레 괴롭히지 말어라.
누가 들레 괴롭히거던 지켜주구... 들레도 항시 널 지켜줄거여.
밤에는 쏘다니지 마라. 가로등도 업고 무지하게 위험허다.
느 이름으로 안되있으므는 택배 열어보지 말어라.
인형같은 것이 배달오믄 박씨한테 가져가.
마을회관은 함부로 찾어가지 마라.
계모임허자구 꼬드기믄 귀막구 집으로 달려가브러.
아주마이들 들레는 못건든께.
이장 안내방송은 싸그리 무시혀라.
그넘하고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읎어.
기냥 니 생활 허구, 정 심심하믄 박씨한테 가서 놀아주라 그래.
니 기억 안나겠지만 박씨도 니 음청 이뻐혔어.
마을서는 요러코롬 살믄 돼.
근디 아침에 일어나본께 들레가 죽어있고 뒷산에 박씨도 없으믄 언넝 도망가.
안방 옷장 첫번째 서랍 안쪽에 부적 하나 써논게 있는디,
그거 있으믄 한시간은 무사한께 챙길것만 챙기고 언넝 도망가.
전번에 들어본께 차 있다고 혔지?
차타고 멀리멀리 가라.
니가 오죽하믄 여까지 내려왔겠냐마는 다른 살 방도가 있을겨.
다른것들은 할매랑 엄마랑 삼춘이 싹다 치워놨은께 걱정말고 살어라.
근디 쪼까 힘이 부쳐서 우리는 인자 쉬러 갈란다.
굳이 찾지는 말고.
할매가 많이 사랑헌다.
엄마랑 삼춘도 니 많이 보고싶어혔어.
잘 살어라.
뭐 함부로 주서먹지 말구 사람 조심허구.
천천히 만나자 우리.
-할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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