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예능을 보기 힘든 시대다. 도파민과 자극이 가득한 예능가에서 '식스센스: 시티투어'가 따뜻한 연출을을 선보이며 뭉클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실력이 좋지만 손님들에게 외면 받았던 가게 사장님을 제작진이 직접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이전 시즌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제작진은 수개월간 공을 들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었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첫 방송된 tvN '식스센스' 외전 '식스센스: 시티투어'가 새로운 연출과 접근법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0년 첫 방송된 '식스센스'는 유재석과 정철민 PD의 만남으로 매회 놀라운 반전과 재미를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진짜 속에 숨어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찾는 예측 불허 육감 현혹 버라이어티라는 포맷이 사랑을 받으면서 시즌3까지 인기가 지속됐다. 2022년 시즌3 종영 후 3년 만에 돌아온 '식스센스'는 '시티투어'라는 부제와 새로운 멤버, 변형된 구성의 '외전'을 내세웠다.
유재석을 필두로 송은이 고경표 미미의 순수한 매력도 관전 포인트이지만 기존 시즌들과 가장 다른 점은 연출의 접근법이다. 출연자들이 도시 속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예능의 한 차원을 넘어선 스케일을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 시즌들에서 제작진은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수개월간 시간과 돈을 투자해 '진짜'를 만들었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메뉴를 개발하고 가게 컨설팅을 한 후 녹화 후의 이야기까지 상생을 위한 기획이다. 출연자 멤버들을 속이기 위해 실제로 SNS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는 제작진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전의 가짜 식당들이 일회성으로 사라졌다면 이번 시즌의 식당 또는 새 메뉴들은 고스란히 사장들의 자율성에 따라 운용된다. 경제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스타 셰프들의 레시피를 받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뭉클함을 남긴다.
이처럼 '식스센스: 시티투어'에서는 공생에 초점을 맞췄다. 정철민 PD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장님들이 다 너무 잘 되고 있다며 감사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시티투어'의 처음 기획은 아주 단순했다. 이전의 '식스센스'를 할 땐 많이 두드려 부시고 막 새로 만들고 했었다. 그땐 우리나라의 경제가 호황일 때라 재밌는 걸 많이 찾았다. 최근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IMF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얘기를 많이 하고 실제로 동네에도 공실이 많아진다. 단골 가게가 문 닫는 걸 많이 보기도 한다. 이런 시기에 전과 똑같은 접근법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거 '식스센스'가 여름이었다면 지금은 겨울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땐 자극적인 내용보다 우리가 서로를 좀 안아줘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배경을 짚었다.
'식스센스'의 기존 포맷을 유지하면서 모두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기획이 완성됐다. 방송이 끝나더라도 제작진은 가게 주인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주인들이 위기를 이겨내는 중이라는 전언이다.
정 PD는 "함께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예능이라는 건 결국은 시청자분들이 웃음을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자영업자들과 함께 웃고 할 수 있는 프로를 만들고 많이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돌아봤다.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과정은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특히 실제 영업을 하고 손님을 모객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관여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의 고충이 남다를 터다. 정 PD는 "힘든 것은 사실이다. 제작진 모두 다 뼈가 갈려가면서 지금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그리고 모든 회차를 다 공익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변주를 주고 있지만 기본 정신은 '무해하고 나누는 예능'이다. 저는 겨울에 핫팩 같은 예능이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한다"라면서 "출연자들도 모두 결과를 듣고 많이 놀랐다. 특히 스케일에 대해 놀랐다더라. 제가 인복이 좀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다 순하고 착하다. 전소민이나 나라 누나 미주 제시도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들이긴 하지만 여름에 어울리는, 탄산 같은 느낌의 예능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다. 반면 지금의 출연자들은 추운 겨울에 따뜻한 차 같은 느낌이 더 최적화된 사람들이다. 조금 더 무해하고 따뜻하고 뭉뚝하고, 함께 나누는 데 되게 익숙한 구성이다. 고경표 미미도 너무 따뜻하고 재석이 형은 말할 것도 없다. (송)은이 누나도 그렇다. 요새 그냥 제가 참 인복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소상공인과 협업하지 않더라도 기본 베이스는 '사회공헌'이다. 도움이 절실한 가게들을 선정하는 기준을 묻자 정 PD는 "기본적으로는 도움을 주는 것이 1순위다. 하지만 너무 돕는 위주로 하다 보면 답이 뻔해진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기존 취지 안에서 변주를 주고 있다. 등장하는 가게들이 지역 상권에 대한 좋은 의미를 더하는 식으로 연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8부작 안에서 진부해지지 않으면서도 공생적인 의미를 구축하려는 정 PD의 진심이다. 스핀오프의 시즌제도 가능할까. 이에 정 PD는 "언제나 저의 운명은 시청자들이 더 해달라고 하면 또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반응이 좋으면 또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가 호황을 맞이한다면 다시 '식스센스' 같이 강렬하고 매콤한 맛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다. 지금처럼 모두가 힘든 이런 시기에는 조금 더 핫팩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금은 일단 많은 웃음을 주면서도 함께하는 예능의 느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을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짜와 진짜를 판가름하는 기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시청자들도 있다. 실제 판매를 하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가짜로 구분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 PD를 비롯한 제작진 역시 연출 회의 단계에서 이 부분을 고려했다. 정 PD는 "저희가 그 논리적 오류를 몰랐던 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방송 나간 이후부터는 '사장님 그 뒤에 메뉴를 팔지 마세요'라고 해야 가짜의 의미가 맞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논리적 허점에 대한 질타를 받더라도 따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은 제작진이 먹고 그냥 좀 행복하게 장사하고 조금이라도 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게끔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하는 지적들 다 응당 맞다. 하지만 그 욕을 먹으면서라도 저는 그냥 이거를 고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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