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고려의대 교수(병원정책연구원장)
전공의로 수련을 받다가 사직한 제자들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입영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다. 정형외과의 경우 치프 레지던트(chief resident) 가운데 군 미필자 2명이 모두 입영 대상자가 됐으니 이 상황이 해결된다 해도 치프가 없는 체제로 가게 된다. 과 운영이야 뭐 전공의 없이도 겨우겨우 버텨왔으니 전공의가 일부라도 복직한다면 치프 레지던트가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수련을 마치지 못하고 군에 가는 전공의의 경우 과연 3년 뒤에 이들이 다시 복직해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다. 3년 뒤면 다들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이고, 3년 동안 후배가 올라오니 치프 레지던트가 돌아와서 근무할 자리가 있으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내내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우려의 말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들은 소리는 ‘에이, 교수님 정부가 그렇게까지는 못합니다’였다. ‘그렇지 않은데, 정부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다들 무슨 자신이었는지 아무튼 그랬다.
묻고 싶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대책이 있을까. 이 와중에 지금도 의사회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 즉, 정부가 잘못 한 것이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학생 교육의 질적인 담보, 나아가 증원 인력을 무위로 돌려라 등.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주장만 하고는 정부 탓만 하고 있다가 이런 상황을 맞았으니 과연 이 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본인들의 선택이니 누가 책임질 일도 아니다? 사직 전공의들도 이미 알고 있었고 각오했을 것이다? 그렇게만 볼 일은 절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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