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휴대폰 등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김 차장이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직보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처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1월 3일) 직전에 경호처 내 법제실의 법률 검토를 토대로 "영장 집행 시 수사기관과 직접 부딪치면 공무집행방해가 되니까 일절 부딪치지 마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무조건 막아"라고 외쳤다. 저지선이 갑작스레 뚫리자 박 처장도 '인간 장벽'을 만들라는 김 차장 지시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경찰 수사관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건물을 200m 남겨둔 지점에서 경호처 직원 200여 명이 만든 '인간 장벽'을 넘지 못해 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박 처장은 체포영장 집행 당일 윤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한 반면, 김 차장은 윤 대통령에게 암호화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시그널'로 7차례 메시지를 보내며 상황을 보고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처장의 점심식사 자리에 김 차장도 배석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호처 관계자는 "처장이 있는데, K2(차장)가 V1(대통령)과 식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보통 보고는 처장을 통해서만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낸 뒤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1월 7일 윤 대통령에게 시그널로 "대통령께서 전략을 세우시고 준비하시는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저희 경호처가 철통같이 막아내겠다"라고 보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흔들림 없이 단결. 국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 일관된 임무 하나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차장은 "말씀하신 그 내용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흔들림 없이 주어진 숭고한 임무 수행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시기는 아직 박 처장이 사임(1월 10일)하기 전이다.

경찰은 이 본부장의 업무수첩에 '12월 4일, V(윤 대통령 지칭) 지시, 수사기관이나 외부인은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사실도 파악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 박 처장 등을 불러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차례 박 처장과 김 차장에게 수사기관을 막으라고 지시했고, 이런 내용은 경호처 간부들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경찰은 또 김 차장이 12월 7일 경호처 직원에게 '사령관들의 비화폰 통화 내역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비화폰을 소유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며 유튜브 방송을 한 직후다. 다만 이 지시를 받은 직원은 '증거인멸 지시'라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차장의 증거인멸 지시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차장의 추가 증거인멸 지시 가능성을 우려해 사전구속영장을 세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모두 기각됐다. 서울서부지검은 "검찰은 경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내용과 의미를 충분히 검토한 후 기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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