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동아시아에서는 남의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없었음.
아니 부르라고 만든건데 왜 안부르냐? 할텐데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남이 막 부르는게 무례한 행동으로 취급받았기 때문.

남의 이름을 막 부를 수 있는건 부모나 형제, 군왕등의 무례가 허용되는 존재, 그리고 본인 뿐이였고
동아시아에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건 아무리 빨리 잡아도 20세기 중반 이후.
그마저도 가족, 친구같은 사이가 아니라면 뒤에 ~씨, ~님등의 존칭을 붙여야 할 정도.
그 전에는 이름은 불러선 안되는 존재였고, 왕같은 특별한 경우 이름을 글로 쓰는것 만으로도 죽을 수 있었음

그렇게 '이름을 부를수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자'
삼국지를 봤다면 익숙할 개념으로, 대표적으로 유비를 보면 성은 유, 이름은 비, 자는 현덕
이 자라는 것은 일상에서 개인을 호칭할 때 쓰이는 용도로 부모가 붙여줬는데
친구, 형제는 물론이고 왕이나 상관들도 왠만하면 사람을 부를때 자로 호칭함.
이는 이름을 부르는게 허용된 존재라고해서 막 불러대면 부하를 막대하는 인상을 받기때문인데
회사에서 '거기 김철수!'하는거랑 '거기 김대리!' 중에서 뭐가 더 기분나쁠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음
헌데 이 자 문화는 중세를 거치며 도로 입지가 좁아지는데
어차피 둘 다 부모가 지어주는거면 이름이나 자나 다를거 없는거 아님?
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부각됐기 때문

그리하여 호라는 개념이 도입되는데
호는 본인이나 지인이 맘대로 지어주는 일종의 별명으로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이 대표적인 예시

이런 특성상 생겨난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이름은 개명하지 않는 이상 하나뿐이고,
자도 보통 하나, 많아야 두세개였지만
호는 맘대로 지어서 수십개씩 가지는 것도 가능했음
그림마다 죄다 다른 호를 써서 호만 100개가 넘는 추사 김정희가 대표적.
암튼 이런 배경이 있어서 근대 이전 동아시아 매체에서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대부분 고증오류가 되는데
서로 마주치자마자 칼꼽을 원수지간이 아닌 이상 이름은 부르지 않는게 당시의 상식이지만
그러면 현대의 시청자들이 누가 누군지 알아먹을 수가 없으므로 일부러 어기는 고증 중 하나이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