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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청년들의 '反中' 정서와 반탄 집회의 "反中" 구호는 다르다 [이동수의 세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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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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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가 안보·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다." 이 말을 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문재인 전 대통령?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심지어 지금으로부터 불과 3개월 전에 했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차 들른 페루 리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손을 잡고 "양국이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그렇게 한중 협력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불과 1개월 후 다시 중국을 호출했다. 시진핑이 아닌 '중국 간첩'에게,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총알받이'로서 역할을 요구했다는 차이는 있다. 12월12일 진행한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면서 중국인 간첩들이 활개 치는데 야당이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발목을 잡는다고 항변했다. 중국산 태양광 시설이 전국 산림을 파괴할 거라고도 했다.

빤히 보이는 수였지만 효과는 제법 컸다. 보수 지지층을 자극한 것이다. 특히 한 매체가 "비상계엄 당일 주한미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한 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중 정서는 더 크게 불타올랐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2030세대 44%가 "가장 싫은 나라는 중국"

최근 들어 탄핵 반대 진영은 반중(反中)·혐중(嫌中) 구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중국으로 분노의 화살을 돌리기 위함만이 아니다. 반중은 청년들을 향한 유인책이기도 하다. 친윤(親윤석열) 세력은 탄핵 반대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층 참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장·노년층들만 거리에 나오는 것보단 청년들이 함께 나서는 게 너른 지지를 받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반중이 청년들을 끌어들이기에 좋은 소재라고 본다. 실제로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이나 '청년 우파'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반중이 거론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어떤 청년 정치인은 아예 반중 집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2030세대가 강한 반중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갤럽이 2023년 2월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라, 싫어하는 나라,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44%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윗세대보다 10~2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북한·러시아 등을 꼽은 비율은 대체로 10%대였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비율은 해마다 차이가 있으나 변하지 않는 건 한국 청년층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중장년층보다 높고, 그런 나라는 조사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나이가 많을수록 중국 비호감도가 높았다.


중국에 대한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온도 차는 중국의 위상 변화에서 비롯된다. 4050이 청년이었던 20~30년 전, 당시 중국은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이었다. 특히 2001년 WTO에 가입하고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우리는 그 누구보다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중국 관련 수출 기업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중국이 온 세계에 물건을 만들어 파니 그 수출품들을 실어 나르는 조선·해운업도 덩달아 잘됐다. 설립 10년도 안 돼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사례는 그 시절 중국 관련 산업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2030세대가 일자리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2010년대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우리로부터 소비재·중간재를 사주는 고객이 아닌 경쟁자였다. 사드 사태 이후론 우리 기업의 사업을 가로막는 존재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민간 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역사·문화적 마찰일 것이다. 중국의 청년 세대는 1994년부터 실시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2000년대 동북공정을 기점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그 정서는 2010년대 들어 시진핑의 공세적인 대외 정책, 그리고 소셜미디어(SNS)의 보편화와 맞물리며 대대적으로 팽창했다. 우리나라 2030과 중국 2030 사이에 김치·한복 등을 놓고 '원조 다툼'이 벌어졌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처럼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연예인들을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도 그런 갈등 소재 중 하나였다.


청년들 반중 정서, 고령층의 '반공'과는 달라

요즘 2030 남녀는 보수·진보로 뚜렷하게 나뉘는 상황임에도 반중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반중 정서는 보수의 전통 지지층인 고령층의 정서와는 또 다르다. 청년 세대의 반중 정서는 '이념'이 아닌 '일상적인 피해'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 유학생 증가로 인한 수업에서의 불편, 중국 단체관광객들의 비매너, 미세먼지 같은 일상의 피해들은 앞서 언급한 이유와 함께 청년층의 반중 정서를 형성한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강조하는 반공과는 거리가 멀다. "멸공"을 외치던 재벌기업인은 청년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당시 청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냉소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대에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겠다는 걸 코미디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인사들은 반중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당장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만 보더라도 "중국인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조차 중국을 그 이유로 들지는 않는다. 한국갤럽이 2월14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8%가 탄핵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야당의 발목잡기·줄탄핵'(37%),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13%), '탄핵 사유가 아님'(10%), '국정 안정'(6%), '이재명이 싫어서'(4%) 등이 꼽혔다. 중국과 관련된 응답은 없었다.

대통령과 여권의 '물귀신 작전'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향한 극우 유튜버들의 위협은 새로운 한중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의 '반중 몰이'가 일상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면, 반중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청년들이 탄핵 반대 세력을 지지해 줄까? "중국도 싫지만 그들은 더 싫다"는 이야기만 나올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9783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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