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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산업부 공무원들 "매월 1일 오전엔 도파민 파티"…무슨 일?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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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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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실 수출입과의 여수항 사무관(오른쪽)과 김정훈 사무관이 19일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매월 1일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의 작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실 수출입과의 여수항 사무관(오른쪽)과 김정훈 사무관이 19일 세종시 정부 청사에서 매월 1일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의 작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월 1일 오전엔 국장님, 과장님도 저희를 못 건드리십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계를 만드는 나라다.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외국에 팔았고, 외국산 제품을 사왔는지 등을 보여주는 수출입 통계다. 한국은 한 달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매월 1일 오전 9시 수출입 통계를 내놓는다. 이를 만드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실 수출입과의 여수항(40·행시 60회), 김정훈(36·행시 62회) 사무관은 매월 1일 오전 시간대를 '국·과장님도 못건드리는 시간'으로 표현했다.

 

이달 1일 황금연휴 기간에도 예외는 없었다. 설 연휴와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국민들은 1월25일부터 2월1일까지 장장 9일짜리 장기 휴가를 즐기는 동안 여 사무관과 김 사무관은 1월 30일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했다. 1일에 발표할 수출입 동향 자료의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다. 이들과 한팀을 이뤄 관세청에서 보내오는 통계 자료를 검토하는 정희성 주무관, 오소림 주무관도 함께였다.

 

수출입 동향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특히 중요하다. 이들이 내놓는 통계 분석 자료를 토대로 향후 한국 경제 규모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부는 2004년 1월부터 매월 1일 직전 월의 수출입 동향 자료를 발표해왔다. 일본의 직전 월 수출입 통계는 중순 이후에 나온다. 미국과 독일에선 한달 이상의 시차를 두고 수출입 통계가 발표된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는 속도와 정교함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참고하는 10대 지표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다. 여 사무관은 "예전에 한번 '1일이 쉬는 날인 데도 굳이 자료를 내야 하느냐'며 국내 기자단과 산업부 대변인실이 날짜 조정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외신 기자들이 반대해서 무산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우리가 발표한 자료를 CNN에서 속보로 타전하는 화면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매월 1일 아침 9시부터 수출입 통계를 내놓으려면 최소 이틀 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그 전까진 관세청에서 매일 보내는 대외비 수치를 토대로 당월의 추이를 분석해둔다. 산업부 업종과를 통해 업계 동향도 파악해놓는다. 예를 들어 작년 말 폭설로 자동차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을 때 수출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예측성 분석을 미리 써놓는 식이다. 수출 증감별 시나리오를 각각 작성해놓는 경우도 많다.

 

매달 1일 오전 8시가 되면 사무실은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한 시간 내로 주요 품목별로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담은 1보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 사무관은 "관세청에서 8시쯤 HSK코드 속보치 자료를 엑셀로 보내오면 우리나라 산업 특성에 따른 MTI코드로 재분류해서 1보 자료를 완성해 9시 전까지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1보 자료는 A4용지 3쪽 내외다.

 

 

선임(여 사무관)이 1보 자료를 완성하고 나면, 옆에서 2보 자료를 만들고 있는 후임(김 사무관)의 전쟁터에 참전한다. 국가별 동향 등 훨씬 더 자세한 내용을 그래프 같은 시각 자료와 같이 담은 2보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는 분량이 10쪽을 넘어간다. 마감 시간은 오전 10시다. 여 사무관은 "2보에는 분석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엑셀을 정말 잘 다뤄야 해서 쉽지 않다"며 "교차 검증 절차도 필요해서 서로 호칭도 생략하고 반말로 '그 자료 한번 더 확인해보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고성이 난무한다"고 말했다.

 

통계자료를 덧붙여 30페이지가 넘어가는 마지막 3보 자료는 오전 11시에 송부한다. 이 세 시간 동안은 두뇌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이른바 '도파민 터지는' 시간대지만 너무 바빠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사치다. 여 사무관은 "이달 1일에도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일을 끝내고 오후에 퇴근하는 길에 어깨에 담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뒤로 일주일을 앓았다"고 했다. 김 사무관은 "수출입과 직원들은 아파도 때를 봐가면서 아파야 한다"며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는 이상 매월 1일은 무조건 출근하는 날"이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96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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