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3번째 높은 영업실적 거둬
현금자산만 14.3조원 ‘매머드급’ 성장
10조원 규모, 인수 기업 찾기 힘들어
장기전 대비하며 홀로서기 가능성도
[데일리안 = 장정욱 기자] 지난해 유례없는 해상물류 업계 호황에 새 주인을 찾고 있는 HMM 몸값이 크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미 몸값만 10조원을 웃돌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산업은행(산은)은 매각을 예정대로 추진한다지만, 10조원의 실탄으로 HMM을 인수할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HMM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11조4066억원, 영업이익 3조2712억원이다. 매출은 2023년 대비 35.8%, 영업이익은 459.4% 각각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률은 28.7%에 이른다.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수에즈 운하가 중동 분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미국 관세 인상 예고 등으로 중국이 물량 밀어내기를 한 탓에 해운업이 큰 호황을 누린 영향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HMM이 보유한 현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HMM 현금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조3422억원이다. 2019년 6578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자산은 2021년 6조4631억원에 이어 2023년 11조7568억원으로 급증했다.
HMM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로 유일하게 정부 공적자금을 투입한 국적 선사다. HMM은 해운사 유동성 사태 당시인 2016년 1조원 이상 규모 자본 감소를 결정, 같은 해 7월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현재 HMM은 해진공과 산은이 대주주다. 해진공과 산은이 오는 4월 7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 경우 합산 지분이 71.7%까지 오른다.
해진공과 산은은 HMM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크게 공적자금 회수와 민간 주도 운영 유인, 해운산업 구조 재편(대형화) 등이다.
그런데 지난해 영업 호실적으로 HMM 몸집이 너무 커져 버렸다.
지난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과 계약 과정에서는 입장 차가 컸다. 하림 측은 HMM 현금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이 담길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진공과 산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진공과 산은 입장에서는 14조원에 이르는 현금·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HMM이 자칫 하림의 ‘곳간’으로 전락해 국내 해운업계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5년간 지분 매각 금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게 채권단과 해운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판단이다.
지난해 최종 협상 결렬 이후 정부는 매각 대상을 물색해 왔으나 너무 커버린 HMM을 안을만한 기업을 찾기 힘든 현실이 됐다.
묘한 기류도 흐른다. HMM 매각에 정부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다. 해수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말들이 나오면서 적극적인 매각 의사는 사라졌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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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925241